요즘 오피스텔은 임대료 오르고 매매가 내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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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임대료는 오르는 데 매매값은 떨어지고…' 요즘 서울과 수도권 오피스텔 시장에서 발생하는 기현상이다. 보통 임대수익용으로 많이 투자되는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료가 오르면 매매값도 덩달아 오르는 게 관례이나 요즘은 상황이 딴 판이다.

매매값이 떨어지는 것은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오피스텔의 주거용 사용 일제조사를 앞두고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적극 매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입주물량이 급감하면서 공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수도권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3만5837실로 지난해보다 54.2%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시설이 잘 갖춰졌다는 이유로 젊은 층의 임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임대료가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 서울 대부분 지역의 오피스텔 임대료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10~20% 올랐다.

지난 8월 입주한 서울 노원구 중계동 I오피스텔은 분양가 이하 매물이 수두룩하다. 17평형은 분양가보다 1000만원, 21평형도 800만~1000만원 정도 싸게 구할 수 있다. 김모(40) 공인중개사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데다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았으면서도 주거용으로 쓰는 사례를 집중 단속한다는 소식에 임대하려던 사람도 팔겠다고 매물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대료는 강세다. 17평형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입주 때보다 월세가 10만원 올랐다. J공인 관계자는 "주변에 새 아파트가 없다보니 대체용으로 오피스텔을 많이 찾는다"며 "로열층은 세를 얻으려는 대기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완공한 서울 구로구 구로동 S오피스텔도 계약금(분양가의 10%)을 포기하고 팔겠다는 매물이 나온다. D공인 관계자는"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나면 2주택자가 돼 살던 집의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인지 급매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오피스텔의 임대상황은 딴판이다. 월세는 여름보다 10% 정도 올랐고 전세는 물건을 구하기가 어렵다.

오피스텔 밀집촌인 강남 테헤란로 일대도 '매매값 약세,임대료 강세' 현상이 뚜렷하다. 강남구 역삼동 L오피스텔 17평형은 분양가보다 2000만원 싸게 나온 매물이 있으나 석 달째 팔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60만원 선으로 지난해 말보다 월세만 5만원 정도 뛰었다. 석사공인 김선옥 사장은 "임대 수요가 늘면서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텔 공실률이 5% 안팎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일산 신도시 장항동 L오피스텔 16평형은 분양가보다 1000만~1200만원 싼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가 뜸하다. 하지만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월세가 10만원 올랐다. 소망공인 김근영 사장은 "낡은 다세대.다가구주택에 살던 세입자들이 주차여건이 좋은 새 오피스텔로 이동하면서 임대료가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안양시 관양동 S오피스텔 17평형도 분양가보다 1400만원 싸게 매물이 나오지만 월임대료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5만원 올랐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주거용으로 인정될 경우 늘어나는 세 부담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오피스텔 매입을 꺼리고 있어 매매값이 약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업계에선 오피스텔 임대료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적으론 매매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오피스텔 매매시장이 활기를 띠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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