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업계 이직 … 전 회사 흉보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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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 대기업 상품기획팀에서 경쟁업체 같은 팀으로 옮긴 박모(33)씨는 이직 두 달 만에 직장을 관뒀다. 박씨의 사생활 문제가 전 직장 동료를 통해 새 회사에 전해진 것이다. 일에 매달려 업무 성과를 인정받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새 회사 직원들이 '전 직장 동료와 얼마나 사이가 안 좋았으면 그런 소문이 들리겠느냐'며 삐딱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박씨는 "동종 업계로 이직했는데 이런 점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동종 업계에서 회사를 옮기면 좋은 점이 많다. 업무 특성과 조직 분위기가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업.홍보 등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라면 만나는 사람까지 비슷하다. 이에 비해 단점도 있다. 자신에 대한 평판이 새 회사에 잘못 알려질 수 있다.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는 "같은 업종에서 회사를 옮길수록 평판 관리와 업무 적응에 신경써야 한다"며 "동종 업계라고 쉽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보는 이직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직을 한 사람과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들의 처신법에 대해 알아봤다.

?평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중소기업 기획팀에서 지난달 다른 업체 같은 팀으로 옮긴 최모(28)씨. 회사를 옮기자마자 가장 먼저 전 회사 직원들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최씨는 전 회사의 직장 상사가 추천해 직장을 바꾼 경우다. 연봉도 이직 전보다 1000만원이나 뛰었다. 그는 "업계 내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전 직장에서 일을 마무리할 때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인사 담당자들이 경력 사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평판"이라며 "동종 업계의 특성상 전 회사 사람들을 챙기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직 횟수와 시기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자주 회사를 옮기면 '철새'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회사를 자주 옮기는 사람은 직장 상사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경쟁사로 옮긴 경우라면 새 회사 직원들과의 관계 구축도 신경써야 할 문제다. 김모(34)씨는 중소기업 K사의 영업팀장에서 경쟁업체 B사의 팀장으로 스카우트됐다. 김씨는 성과를 내겠다는 마음에 이직 초기 일에만 매달렸다. 김씨는 "새 회사 직원들이 내가 오기 전부터 불만이 많았다"며 "직원들이 잘 따르지 않자 팀의 실적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직할 회사를 제대로 알아야=전문가들은 같은 업계로 옮길수록 회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모(32)씨는 올해 초 잘못된 정보를 기초로 동종 업계 다른 회사로 옮겼다가 낭패를 봤다. 새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평소 잘 알던 직원에게 들은 정보를 지나치게 믿은 것이 문제였다. 김씨는 결국 같은 업계 내 다른 회사로 직장을 한 번 더 옮겼다.

당장 회사를 옮길 계획이 없더라도 사외 인맥 관리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광고마케팅 대행업체에서 고객 회사로 자리를 옮긴 신모(35)씨도 인맥관리 덕을 봤다. 평소 알던 거래처 직원이 지난해 말 새 직장을 추천했다. 고객 회사에서 신씨의 능력을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신씨는 "고객 회사와 일을 하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회사를 옮긴 뒤 연봉도 20%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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