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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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보임으로써 채무국의 부담증가는 물론, 국제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를 또다시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의 프라임레이트 인상은 지난 4개월간 이루어진 네 번째 인상으로, 런던정상회담 이후 온 세계가 바라던 고금리 완화기대를 무산시켰다. 그뿐 아니라 이번 인상도 예외 없이 달러화의 강세를 유발, 주요국 통화에 대해 큰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약세 통화국 들은 또다시 자국통화 방어에 고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이번의 금리인상이 그동안 잠재되어온 국제금융 시장의 불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다. 지금까지의 국제금융 시장은 누적된 개도국 외채와 상환불능사태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고 주요 채무국과의 협의가 막바지에 이름으로써 긴장된 시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은행들이 그들 내부의 사정으로 다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됨으로써 사태는 훨씬 나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인상은 주로 미국은행들의 과다한 부양 채권과 이에 따른 경영악화의 결과로 풀이된다. 누적된 부양 채권의 상당 부분은 물론 대 개도국 채권이지만 최근의 경영부실에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미국 내 금융기관간의 과다한 경쟁과 이에 따른 무리한 대출경쟁, 그리고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추세적 경영악화로 인해 올들어 이미 32개 은행이 도산했고 연방예금보험공사의 감독을 받게된 은행만도 7백개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단시일 안에 좋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다 금융압박의 또 하나의 요인인 재정적자도 쉽게 축소될 것 같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고금리 추세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하반기에 가서도 완화될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와 달러화 강세는 곧 지금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개도국 외채상환을 더욱 어렵게 만둘 것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채권·채무국간의 혐의를·경화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이번 인상의 배경이 된 미국은행의 경영 부실이 개도국의 해외차입을 위축시킴으로써 전반적인 국체금융 순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4백억 달러가 넘는 외채를 안고있는 우리로서는 금리 인상의 직접부담뿐 아니라 외채상환 계획에까지 차질을 빚어낼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가 2% 오를 경우 국내 GNP는O·4% 줄어들고 외채이자부담은 4억 달러 정도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계 되었다. 이미 상반기 현재 14억 달러에 이른 경상적자로 미루어 외채이자의 추가부담은 의외로 힘겨운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욱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고금리와 달러강세가 몰고 올 여러 파급영향들, 예컨대 차입환경의 경화에 따른 단기부채관리의 허점이나 미국경기 후퇴에 따른 수출애로의 확산과 환율상승압력이 가져올 여러 부작용들은 결코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주요 변수들이다. 국제수지 관리가 올해 최대의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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