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당의 당직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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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집권 민정당의 대표위원이 최근 투서사건으로 경질된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과 함께 여러 측면에서 교훈도 주고 문제점도 제기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사건은 전 공화당 의원인 문모씨가 정내혁 전 민정당대표 위원의 재산이 너무 많다는 투서를 한데서 비롯되었다.
관계 요로와 언론기관에 돌러진 이 투서는 정씨의 재산을 빌딩4,주택5,목장과 대지, 그리고 유치원 등 싯가 1백80억원 가까운 것으로 추산하고 있었다.
우선 라이벌 관계에는 사람을 끌어내리고 짓밟기 의해 그의 약점을 잡아 익명의 투서를 하는 행위는 야비하며, 적어도 떳떳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집권당의 책임있는 당직자가 그 자리를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사자인 정씨는 투서내용에 대해『문제의 재산은 권력형 부정으로 축재 한 것은 아니며,20대부터 공직에 몸담아 오면서 계도 들고 서올 변두리 땅을 사기도해서 증식된 것』 이라면서 그 액수도 실제보다 과장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투서내용의 사실 여부나, 재산증식 과정이 과연 떳떳한지 여부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차츰 밝혀지겠지만 공직자로서 정씨의 재산이 지나치게 많지 않나 하는 세평은 면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무엇보다 제5공화국은 깨끗한 정부를 표방하고 출발한 사실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와서 집권당의 얼굴인 대표위원이 청렴이 문제가 되어 추진을 하게 된 것은 사실 여부는 고사하고 유감스럽다.
말썽이 나자 민정당이 재빨리 당직을 개편한 것은 이로 인한 당 이미지의 손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서 한장으로 고위 당직자가 경질되는 정치풍토에도 문제점이 없지 않다.
자기 파멸마저 각오한다면 이런 유의 음험한 투서로 경쟁자를 넘어뜨리는 행위가 또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상이나 모략은 전파성이 강해서 일단 남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걷잡지 못하게 하는 속주를 지니고 있다.
재산문제를 들어 상대방을 비방하는 이번과 같은 행위를 막으려면 아무래도 공직자의 재산등록에 관한 법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길이 강구되어야 할 것 같다.
현재의 법대로 하면 등록된 재산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실무자들도 등록된 내용을 펴보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같은 비밀보장의 원칙이 비리의 소지를 이루고 나아가서 투서의 자료가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단 말썽이 나면 비록 무실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면 공직자치고 소신있게 자기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우려도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공직자의 재산은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우리의 소견이다.
당직개편을 통해 대표위원이 된 권익현씨의 경우 사실상 당을 이끌어온 핵심 인물이므로 그의 부상이 당의 성격이나 진로에 어떤 변화를 주리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당직의 이른바 「실세화」가 앞으로 당 운영에 어떻게 투영될지는 지금부터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우리로서는 이번 민정당의 개편이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집권당으로서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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