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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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있었다. 『양처를 가지면. 행복자가 되고, 악처를 가지면 철학자가 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희대의 철학자가 된 것일까. 「플라톤」의 명저 『대화』에 소개된 「소크라테스」의 부인 「크산티페」를 보면 그렇게 소문난 악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 가사형을 받는 날, 그 부인은 얼마나 애타게 울음을 터뜨렸던지, 사람들은 그를 밖으로 밀어냈다고 한다.
악처는 어떤 사람일까. 시속은 좀 다르지만 중국고전의 덕담을 엮은 『명심보감』엔 「칭찬 받는 여자」의 네가지 덕을 적어 놓은 것이 있다. 첫째는 부덕, 둘째는 부용, 셋째는 부언, 네째는 부공.
부덕이란 정결하고 염치있고 분수를 지켜 마음이 정돈되고 행동거지에 수줍음을 알고 동정에 법도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부용은 얼굴이 반반하다는 뜻이 아니다. 깨끗한 옷차림에 정신이 정결한 경우다. 부언은 말을 가려서 하며,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말만 하는 경우다. 부공은 길쌈이 서투르지 않고, 음식 만드는 솜씨가 쑬쑬하다는 뜻이다.
악처란 이를테면 이런 덕을 고루 갖추지 못한 부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시시콜콜히 그런 덕성을 찾다가는 고리 타분한 사람이라는 빈축이나 사기 알맞다.
결국 부부란 서로 눈을 절반쯤 지그시 감고 일생을 살아가는 관계일 때 가장 원만한 것이 아닐까.
그것은 덕스러운 동양 사람만의 미덕은 아닌 것 같다. 서양 속담에도 『부부는 3주간 서로 연구하고, 3개월간 사랑하고, 3년간 싸움을 하고, 30년간은 참고 견디는 사이』라고 했다.
그쯤 되면 생은 어느덧 훈훈한 경지에 접어둘 것도 같다.
그러나 한가지 불가사의한 것은 부부사이의 냉각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도 없다. 말 한마디면 『칼로 물 베기』같은 일도 그것이 재대로 안되어 「백년 원수」가 되고 마는 것이다.
부부싸움이 끔찍한 불행을 불러들이는 예는 상식으론 얼른 분별이 되지 않는다. 남녀의 애증처럼 무서운 불길은 없는 것 같다.
『선량한 남편은 선량한 부인을 만들고, 착한 아내는 착한 남편을 만든다』는 덕담 이상의 덕담이 부부사이엔 없다. 엊그제 일가 4명의 참사를 빚은 어느 춤바람 부인의 시말을 보며 생각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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