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 MLB 무관중 경기…볼티모어가 8-2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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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치러진 '무관중 경기'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승리했다.

볼티모어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앳더캠든야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8-2로 승리했다.

볼티모어는 폭동의 여파로 도시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폭동은 지난 12일 볼티모어 경찰이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25)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척추와 목 부위에 부상을 입힌 이후 그레이가 일주일만에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그레이의 장례식에 참석한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했고, 상점과 현금인출기를 약탈하고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폭도로 돌변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볼티모어에 비상사태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고,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다. MLB 사무국은 볼티모어시와 협의해 28·29일 경기를 취소했고, 이날 경기는 관중없이 비공개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조용히 치러진 경기였지만 아무도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부 볼티모어 팬들은 경기장 밖에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데이비스가 홈런을 치자 환호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볼티모어의 포수 칼렙 조지프는 마치 관중석이 가득찬 것처럼 행동해 눈길을 끌었다. 조지프는 경기장에 도착해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시늉을 했고, 사인을 적은 야구공과 종이를 있지도 않은 팬에게 건네면서 엄지를 치켜세우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손을 흔들고,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허공을 향해 건넸다.

볼티모어는 내달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 경기도 탬파베이의 연고지인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기로 했다. 장소는 바뀌지만 볼티모어가 홈 팀이 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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