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효과 외면한 유아용 놀이기구|한국교육개발원 연구결과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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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나라의 유아용 놀이기구는 교육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가정은 물론 전문교육기관인 유치원·유아원에서조차 놀이기구 보급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와같은 사실은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유아를 위한 놀잇감 평가기준 개발』이란 연구결과에서 밝혀졌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유아용 놀이기구는 5백10가지. 이중 소꿉장난감·인형 등 사회유희놀이기구가 1백54가지로 전체의 30.2%를 차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반면 교육적인 효과를 주는 동·식물생태나 동화 등을 다룬 책보기 및 낱말카드와 같은 말놀이놀이기구는 21가지로 전체의 4.1%에 불과한 실정.
유아들에게는 놀이 그 자체가 생활이므로 놀이기구는 그 교육적 가치가 매우 높다. 따라서 놀이기구를 단순히 오락기구로 취급하는 경향에서 탈피, 교육효과를 높여주는 책보기 및 말놀이 놀이기구 등의 개발이 시급하다.
유치원·유아원에서 보유하고있는 놀이기구는 그나마 1백70여가지 밖에 안돼 평균 36%의 낮은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도시와 농촌간의 유아용 놀이기구 보급률의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 90%이상의 놀이기구를 확보하고있는 대도시 사립유치원이 있는가 하면 시골에는 보급률 10%미만의 새마을 유아원도 있다. 농어촌 유치원중 70.5%가 놀이기구의 부족을 호소하고있다. 공립유치원(64.8%) 새마을유아원(69.9%)도 부족한 형편.
이러한 부족현상에 대해 48.7%가 경제적 어려움을 그이유로 들고 있다. 유치원의 장소가 좁아서 놀이기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곳도 23.8%나 된다. 교육적 활용가치가 높은 놀이기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유치원교사들의 반응도 13.5%나 돼 주목을 끈다.
보유하고 있는 놀이기구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숫적으로는 전체의 4.1%에 불과한 책보기 및 말놀이 놀이기구가 61.9%로 최고. 이는 우리나라 유아교육기관에서 국민학교 교육내용에 관련해서 가르치는데 역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그리기와 만들기(53.8%) 관찰 및 실험놀이(38.6%) 음악감상 및 악기다루기(38.2%)의 순.
부족한 놀이기구 중 앞으로 보완되어야할 것으로는 과학놀이기구가 47.9%로 으뜸. 이는 현대과학시대의 교육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으로 개발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조작놀이기구 (23.6%), 역할놀이기구(21. 5%)의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그리기·쌓기 및 구성하기·바깥놀이기구는 상당한 수준까지 이미 개발되어있다.
한편 가정에 보급되어 있는 놀이기구는·인형·장난감전화 등도 20여가지가 못된다. 부모들은 직접 놀이기구를 만들어주기 보다는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오락위주의 장난감을 사주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유아용 놀이기구는 값이 비싸고 불량품·조잡품이 많다는게 유아교사나 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다가 국내시장보다 해외수출을 목표로 제작된게 많아 그 구조 및 색상 등이 한국적인 취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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