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수 수석들도 표준점수 29점 차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이런 투덜거림이 나올 법도 하다. 수능에서 2점짜리 문제 하나를 틀린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3점짜리 문제를 틀린 수험생보다 29점이나 뒤지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만점을 받아도 선택과목 때문에 표준점수가 다를 수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남명호 수능연구처장)"는 얘기 그대로다.

현대고를 졸업한 김정수(19)군과 성남 돌마고 3년생인 권일성(18)군은 원점수 기준으로 498점을 받았다. 김군은 외국어, 권군은 국사에서 각각 2점짜리 한 문제를 틀렸다. 원점수만으론 가장 높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성적표에 기록된 표준점수는 각각 680점과 686점이다.

원점수가 이들보다 낮은데도 표준점수는 훨씬 높은 709점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이 있다. 한국지리 3점짜리 문제를 틀려 원점수가 497점인 대원외고 이수진(18)양이다.

셋의 표준점수 차이는 선택과목에서 비롯됐다. 이양은 사회탐구 중 한국지리, 법과 사회, 윤리, 국사를 선택했다. 한국지리와 '법과 사회'는 선택과목(사회탐구 11개, 과학탐구 8개)을 통틀어 만점의 표준점수(77점)가 가장 높은 과목이다. 21만 명이 응시한 한국지리의 만점자는 45명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다. 윤리(만점의 표준점수 71점)도 사회문화(73점) 다음으로 어려웠다.

반면 김군은 세계사, 한국 근현대사, 국사, 경제를 봤다. 공교롭게 사회탐구 과목 중 만점 점수가 가장 낮은 네 과목(63, 65, 66, 67점)이다. 권군은 세계사 대신 정치(68점)를 택해 김군보다 다소 높은 성적을 받았다.

결국 선택과목에서 김군은 만점을 받았지만 261점에 그쳤고, 이양은 한 문제를 틀렸으나 무려 288점이나 받았다. 국사에서 3점짜리 한 문제를 틀린 김우재(19.서현고 졸)군의 표준점수도 김정수군과 같은 680점이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최상위권 수험생 간에서도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아주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편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