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 “백방으로 약을 구했으나 오로지 이 남령초에서만 도움을 얻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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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1752~1800)의 「남령초 책문」이다. "온갖 식물 가운데 이롭게 쓰이고 사람에게 유익한 물건으로 남령초보다 나은 것이 없도다"로 시작하는 946자의 문장으로 규장각에 사본으로 남아 있다. 남령초(南靈草)는 담배다. 책문이란 신하들에게 정책을 묻는 시험이다. 정조는 1796년 1월 18일 책문의 문제로 ‘남령초’를 제시했고 스스로 이렇게 썼다. 정조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불기운으로 한담(寒痰)을 공격하자 가슴에 막힌 것이 저절로 사라졌고, 연기의 진기가 폐를 적셔서 밤잠을 편히 이룰 수 있었다. 정사의 잘잘못을 고민할 때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을 시원하게 비춰보고 요점을 잡아낸 것도 그 힘이고, 글의 가부를 수정하고자 깎고 자르는 고민을 할 때 고르게 저울질하여 내어놓게 만든 것도 그 힘이다.”

안대회의 『담바고 문화사』(문학동네) 중 한 대목이다.

조선 골초들의 글 중 가장 ‘편파적’인 담배 칭송이라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담배는 ‘약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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