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 운영의 묘 못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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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매체가 갖는 여러 가지 속성중의 하나로 시청장소가 갖는 특성을 들 수 있다. 즉 시청자는 안방에서 TV를 접하게되고 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받고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TV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선정적이어서「안방」의 규범과는 심한 이질감을 드러낸다. 그 단적인 예 중의 하나가 주말의 쇼프로그램이다. 『쇼2000』『100분 쇼』에서 보여지는 번쩍이는 조명, 무용수들의 어지러운 춤은 차분한 주말분위기를 들뜨게 한다.
반면 10일에 방영된『KBS 가요 톱 텐』은 이 같은 쇼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차분한 구성으로 저물어 가는 휴일저녁을 편안히 즐기게 해주었다.
인기순위 차트에 따라 곡목이 소개되고 가수가 나와 부르는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비록 단순한 진행방식에서 오는 단조로움은 피하지 못했으나 화려함이 없는 차분한 구성으로 「안방」의 분위기와 모처럼 일치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근래 들어 스포츠중계가 줄어들고 있음은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최근 2∼3년 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스포츠중계는 「방송이 스포츠를 통해 대중을 우민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까지 터져 나오게 했음을 생각할 때 뒤늦게나마 제동이 걸려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일말의 아쉬움이 있는 것은 게임에 따라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일 KBS는『천하장사 씨름대회』를 밤7시5분부터 10시5분까지 3시간에 걸쳐 전부중개, 이후 프로그램을 1시간씩 뒤로 미루며 지리한 샅바다툼까지를 모두 소개했는가하면 MBC는 제14회 대통령배 국제 축구대회에서 빅 게임으로 관심을 모았던 7일 서독-브라질 경기중계를 종료 수분을 앞두고 정규방송관계로 중단해버려 아쉬움이 많았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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