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의히트상품] 넘버원 제품 주성분은 땀과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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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 주우진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히트 상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장에서 1등 하는 상품은 이익을 내지만 2등 이하의 나머지 상품은 적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 히트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경영학자들이 히트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연구했지만 과학적인 연구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일부에 불과하다. 즉 교과서적인 프로세스를 그대로 좇아 신제품을 개발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히트 상품보다는 실패 상품을 개발할 확률이 크다는 이야기다. 통계에 의하면 10개 중 1개의 신제품만 성공한다고 한다. 이번에 선정된 상품들은 낮은 확률에도 시장에서 성공한 히트 상품들이다.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러므로 기업은 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그런데 신제품에는 혁신적인 제품과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제품이 있다. 애플의 아이팟이나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혁신적인 제품이다. 이들은 각각 음악과 게임의 소비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으며 음악 다운로드나 게임 아이템 거래와 같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반면에 자동차나 면도기는 점진적인 개선에 의해 모델을 바꿀 때마다 조금씩 그 기능이 향상된 제품이다. 혁신적인 제품이 주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엄청나지만 성공할 확률은 신제품이 점진적 개선 제품보다 훨씬 높다. 그러므로 기업은 어떠한 상품 전략을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혁신 제품이라고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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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개발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는 초기 진입의 이점이다. 음식과 약품은 초기에 진입하는 기업의 이점이 큰 산업이다. 사람들은 처음 맛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한 번 히트한 식품은 오래간다. 예컨대 진로 소주와 비락 식혜가 좋은 예다. 소주와 식혜 시장에서 1위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절대적이고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산업에서는 한 번 히트를 쳐도 후속 모델이 잇달아 나오지 않으면 곧바로 순위가 바뀐다. 모토로라가 1990년대 초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애니콜이 등장하면서 지금은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애니콜도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신제품 개발의 중요한 아이디어는 '퓨전'에서 나온다.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 자동차와 리스금융처럼 핵심 기능뿐만 아니라 보조기능이 히트 상품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모델 교체를 통해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다른 보조 기능으로 경쟁한다. 디지털카메라폰의 경우 폰의 기능보다 디지털카메라의 '화소 경쟁'이 경쟁의 주된 축이었다. 그리고 기술적인 퓨전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퓨전에서도 신제품이 나올 수 있다. 롯데리아의 김치버거는 동서양의 만남에 의하여 탄생한 신제품이다.

기업은 창의적인 사람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 특히 다양한 기술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창의력이 중요하다. 기업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며, 새로운 정보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도록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은 컴퓨터나 로봇이 대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극소수의 '생각하는 기계'를 제외하고는 기계에서 창의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사람을 많이 확보하는 기업이 연구개발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다. 히트 상품을 만드는 원동력은 광고나 투자가 아니다. 결국은 '사람'이다. 21세기에는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선두 기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머리와 손 안에서 히트 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무엇보다도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심사위원장 주우진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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