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지킨 건설업체는 "불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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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늦가을의 오동잎 모양 해외 건설 업체들이 시들시들하다.
70년대 말 중동 경기를 타고 벼락 성장을 했던 해외 건설 업체들이 과하중에 못 이겨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벌써 급조했던 계열 기업군을 정리해 은행 관리 아래 들어간 기업도 있고, 도저히 가망이 없어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기업도 있다.
큰 기업 그룹 아래 있는 해외 건설 업체는 그래도 나은 편이나 건설만 가지고 있는 업체는 정말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런 전반적 건설 불황 속에서도 약간의 예외가 있다.
이들은 떼돈은 못 벌지만 계속 짭짤한 장사를 하면서 착실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금난도 거의 없다.
삼환기업·삼부토건·극동건설·한일개발·유원건설·풍림산업·미륭건설·(주)신성 등이 바로 그런 기업들이다. 규모 면에서는 정상급은 아니지만 기반도 단단하고 장사도 실속 있게 하고 있다. 중동 경기가 옛날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길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중동 붐 속에서도 자기 분수를 지켜 한우물을 파면서 수주를 신중히 했다는 것.
78∼80년 중동 건설 붐이 절정을 이룰 때도 이들 기업들은 수익성을 고려하고 적기에 공사를 처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선별적인 수주를 했으며 무리하게 기업을 인수하거나 확장하지 않았다.
그것이 한때는 뒤지는 것 같았지만 하중을 주지 않아 요즘과 같은 불황 땐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연구 개발 팀을 설치하고 컴퓨터 시스팀을 도입했으며 해외 연수 등 우수 인력 양성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기도 했다. 한참 경기가 좋을 때 불황에 대비한 것이다.
분수에 맞는 수주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급 순위가 떨어지기도 했으나 자중의 결과가 불황 때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알뜰 경영을 해온 건실한 해외 건설 업체의 비결을 소개한다.
▲삼환기업=39년간 건설이라는 외길을 돌다리 두드리는 자세로 걸어 왔다.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중동을 개척했으나 『공사를 많이 맡는게 능사가 아니고 얼마나 알찬 공사를 적기에 소화시키느냐』는 방침을 철저히 지킨다.
중동 붐 때 많은 기업들이 5억 달러 이상의 다액 수주에 열중했으나 삼환은 82년에 가서야 3억 달러를 소화 할 수 있다고 판단, 그 범위에서만 수주했다.
70년대 후반 많은 해외 건설 업체들이 계열 기업 확장에 열을 올렸으나 삼환은 신 시장 개척 등 재투자에 힘을 쏟았을 뿐 문어발을 뻗치지 않았다.
이런 결과 78년 우리와 국교가 없는 북 예멘에 북괴의 방해 공작을 뚫고 진출 할 수 있었다.
삼환은 예멘에서의 첫 작품인 고속도로 (2백5㎞) 공사를 성실하게 끝낸 점을 예멘 정부로부터 인정받아 연속 7개 공사를 수주 (3억5천만 달러 상당) 하는 등 확고한 발판을 내디뎠다.
또 최종환 회장과 최용권 사장이 1년의 반 이상을 해외 현장서 보내는 등 철저한 확인 경영을 하고 있다.
▲삼부토건=48년부터 토건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배운게 토건업이어서 이 분야에 한 우물을 파왔으며 문어발식 확장이나 덤핑 수주는 고려한바 없다.
해외 공사도 주판을 놓은 뒤 수주하는데 한번 맡은 공사는 최선을 다해 시공, 발주처의 신용을 따낸다.
한번 선용을 얻으면 수의 계약도 할 수 있고 계속 공사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73년 말레이지아의 고속도로 공사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상·하수도 공사에서 신용을 얻은 후 발주처의 특별 배려로 계속 공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그것이다.
손해 나는 장사는 안 한다는 것이 최고 경영층의 확고한 철학이며, 이 때문에 국내 도급 랭킹은 뒤로 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극동건설=78∼79년 건설 경기 절정기에도 계열 기업을 일체 늘리지 않고 재투자했다.
덤핑 수주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도급 랭킹이 78년의 5위에서 올해는 13위로 밀렸지만 건실한 성장이라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토목 전공에서 주택 재개발 사업 등 건축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원건설=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공사 감리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COE 공사 (미 공병단 감리 공사)를 많이 하면서 시공 능력을 길렀으며 손해 나는 수주는 하지 않는다. 외형보다 철저한 실속 위주로 건설업에 과학적 관리 체제를 도입했다.
전산 체제를 완비, 80년부터 정상 가동에 돌입하여 각종 업무·공정 관리·견적 시스팀 등의 전산화를 마쳤다.
유원은 이와 함께 81년부터 1인 4기 운동 (영어·타자·운전·전산)을 강력히 실시하고 있으며 연간 외형의 2%를 사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풍림산업=중동 지역에서 필연적으로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현지 법인을 통한 수주를 강화하는 동시에 현지 업체와의 공동 수주를 추진해 왔다. 또 현지에서의 간접비를 절감키 위해 2년 전부터 현지 업무를 국내 본사로 이전.
▲한일개발=육·해·공 종합 수용 체제를 갖춘 한진 그룹의 일원이라는 잇점을 십분 활용해 대한항공을 이용, 자재의 긴급 공수와 장비의 적기 지원 등으로 공기 단축에 성공.
▲미륭건설=서독·영국·미국 등 자재 구매선의 다양화로 자재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국산 자재의 적극 활용으로 원가 절감에 성공했다. <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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