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력 해외 유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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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외 유학 자유화 이후 유학생이 해마다 급증, 올해만도 7천명에 육박하리라고 한다.
이같은 유학 붐은 대학 재학생이면 누구나 유학길이 틔었고, 고교 졸업생도 성적 순위가 20%안에 들기만 하면 유학이 가능해 불과 3년 사이에 7배로 늘었다는 집계다.
인적 자원 외에는 별다른 자원이 없는 우리 실정에서 한사람이라도 해외에 나가 선진 교육을 받고 돌아와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과소 평가 할 수 없다.
물론 모든 유학생이 질적으로 우수하고 해외의 선진 학문을 배우는데 충분한 자질을 가지라고 요구 할 수는 없다.
개중에는 국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해 도피성 유학을 떠나는 고교 졸업생도 있고 탈락을 우려해서 유학을 떠난 대학생도 없지 않다.
그 가운데는 일부 부유층의 자제들이 유학을 갔다가 돈을 헤프게 쓰거나 학업과는 동떨어진 엉큼한 스캔들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도 적잖이 있다.
공부를 하겠다는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은 물론, 교포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이러한 행위가 지탄을 받아야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미국에서 성적은 보지 않고 돈만 내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대학들은 이름만 대학이지 국내 수준으로 보면 정식 인가도 받지 않은 학원 수준의 학교나 다를 바 없다.
이러한 학교에 진학해 무엇을 배우고 돌아오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 더러 이같은 저질 대학에 유학시키기 위해 귀중한 외화를 송금해야 하느냐는 논의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학생이 많다는 것은 장차 이들이 현지에 주저앉을 경우 결과적으로 수출에도 유리하고 한사람이라도 해외에 진출시키려는 인구 정책에는 커다란 도움이 되는 점이 외면 될 수는 없다.
현재 해외의 무역 에이전트들의 상당수가 유학길에 올랐다가 현지에 주저앉아 우리 상품을 필아 주고 우리 나라의 이미지를 널리 선전하는 요원들이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대만 등도 미 의회나 남미 여러 나라의 정계 로빙을 주로 유학생 체류자 출신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저학력 유학생의 도피성 유학 붐은 이러한 점에서 평가되어야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요소는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무턱댄 규제나 단속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의 학력 중시 풍토의 개선이다.
학력이 없으면 취직도 어렵고, 사회에서 행세하지 못하는 풍토를 개선하는데서부터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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