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게 장수 비결… 식품·주방 제품 파는 '남자 수다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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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호씨가 방송에서 바비큐용 고기를 팔고 있다.

CJ 홈쇼핑 박현호(40)씨는 국내 최장수 쇼호스트(TV 홈쇼핑에서 상품을 파는 사람)다. 홈쇼핑 방송이 케이블 TV로 처음 전파를 탄 1995년부터 만 10년 동안 일했다. 그것도 남자가 진행하기에 쉽지 않은 식품.주방 부문을 주로 담당했다. 다른 남성 쇼호스트들은 보통 헬스 기구나 전자 기기 등을 판다. 박씨는 15일 회사가 주는 '10년 근속 특별상'을 수상했다.

"쇼호스트는 연예인이 아니라 세일즈맨이라는 원칙에 충실했습니다. 제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아요." 그가 밝힌 장수 비결이다.

지금은 고참 쇼호스트지만 그에게도 초년병 시절의 에피소드는 있다. 홈쇼핑 초창기 쇼호스트들은 대부분 아나운서처럼 목소리를 굵직하게 깔면서 딱딱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제가 소비자라도 안 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목소리도 한 톤 높이고 방송 중에 깔깔거리고 웃기도 했습니다."

당장 회사 내부에서 "너무 튄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도 박씨는 신경 쓰지 않았다. 판매 실적이 다른 홈쇼핑 방송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주방 기구를 팔 때는 직접 요리를 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부침개나 계란 요리를 공중에 던져 뒤집기도 했다.

실수하는 일도 잦았다. "이 그릇은 절대 깨지지 않습니다"며 땅바닥에 던진 상품이 깨져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방송 조명이 너무 강해 그런 가봐요"라며 웃었다.

10년 동안 배운 것도 많다. 요령으로 실수를 넘길 수는 있지만 임기응변으로 안 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홈쇼핑 산업이 한창 성장할 때인 2000년대 초에는 판매가 늘어난 만큼 고객의 반품도 많아졌어요. 그때 많이 파는 것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는 방송 스타일을 바꿨다. 요즘 그는 물건을 무조건 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제가 상품을 직접 써보고 단점까지 솔직하게 얘기해준다"며 "비데를 팔 때도 '꼭 이 상품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비데를 쓰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직 미혼이다. 여가 시간에는 친구들과 골프를 치거나 수상스키를 즐긴다. 50~60대가 되어도 지금처럼 활발하게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최연장자 쇼호스트가 되어 소비자들과 어울리고 싶다"며 "이를 위해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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