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들 감동시킨 한국농민'삼보일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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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당초 한국 농민시위대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홍콩 시민들의 눈길이 달라졌다. 삼보일배 시위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과일이나 과자를 갖다 주는 시민도 나타났다. 어떤 이는 촛불시위용 양초 1200개를 시위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린(林)이라고 성을 밝힌 여성은 시위를 지켜보다가 '농민들을 지지한다(支持農民)'는 플래카드를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남자는 가볍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모든 것을 던진 이들의 호소에 절실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봉황TV 등 홍콩 TV 대부분이 생방송으로 15일의 삼보일배 시위를 중계했다. 또 신문들은 한국인의 시위가 홍콩인들에게 끼친 영향이 대단하다고 분석했다. 16일자 명보(明報)는 사설에서 "한국 농민들의 시위가 국제 문제에 무딘 홍콩인들의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를 계기로 홍콩이 말로만이 아니라 국제 문제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회보(文匯報)는 삼보일배 시위가 홍콩인들을 감동시켜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WTO 각료회의는 16일 회의 나흘째를 맞아 연쇄 협상을 벌였으나 핵심 쟁점인 농업 분야에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해 결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농업 분야 협상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수출보조금 폐지 등을 놓고 심각한 의견 차를 빚고 있는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 주도의 협상 진행에 반발해 경제개발 문제를 우선 논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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