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입찰 담합한 5개 건설업체 경찰에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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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 과정에서 입찰을 담합해 340억원의 국고 손실을 입힌 5개 건설업체 임ㆍ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호남고속철도 3-2공구’ 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D건설사 등 5개 국내 대형 건설업체를 적발해 D건설사 전 부사장 윤모(60)씨 등 임직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8년 1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3-2공구’ 입찰에서 낙찰 업체를 미리 선정하고 다른 업체들이 입찰 가격을 높게 내는 방식으로 담합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추진된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길이 184.5㎞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로 사업비가 8조3500억원에 달한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 등 D사 임직원들은 해당 사업 수주액이 27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입찰에 참여할 경쟁업체들을 상대로 담합을 제안했다. 이들은 2008년 4월부터 같은 해 8월6일 입찰일까지 경쟁업체인 P건설사 등 나머지 4개 건설업체의 임원들을 상대로 “공사를 양보해 주면 이미 수주한 다른 공사의 지분을 양도하거나 하도급을 주겠다”며 회유했다. 윤씨 등은 이 같은 내용을 적은 확약서까지 전달하며 주도면밀하게 입찰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다른 건설업체 임원들이 입찰담합 제안을 받아들이자 입찰가를 공사 예정가의 82.76%인 2233억원으로 정한 뒤 다른 업체들에게는 이보다 높은 84∼86%(2290억∼2340억원)로 입찰가를 적어내라고 사전에 알려줬다. 경찰에 따르면 통상 공사의 낙찰가는 예정가격의 70% 선에서 결정되지만, 이들 업체는 담합에 따라 80%대의 가격을 제시했다. D사에낙찰을 양보한 4개 건설업체는 D사가 이미 수주한 다른 고속도로 공사를 양도받거나 하도급을 받아 각각 400~700억원대의 이득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 낙찰가에 비해 높은 담합 가격 때문에 약 340억원의 국고 손실이 초래됐다”면서 “이번 담합 사건에 연루된 업체들은 4대강 사업, 호남고속철도 다른 공구 건설에서도 담합행위로 처벌받았거나 현재 재판 중인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처벌로 인한 피해보다 담합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업체들이 계속해서 담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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