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맘 편히 먹으려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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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가나의 전통 방식 따르면 건강에 더 좋고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어

초콜릿은 초코바나 다른 형태의 당과 제품 속에 들어가기 훨씬 전 카카오 씨로 생을 시작한다. 땅콩 크기의 이 씨는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 나무의 꼬투리(seed pods) 속에 들어 있다.

꼬투리가 익으면 나무에서 따 과육과 씨를 파낸다. 카카오 씨는 발효와 건조, 로스팅 과정을 거친 뒤 쪼개서 껍질을 제거한다. 이렇게 얻은 초콜릿 ‘닙(nibs)’은 보통 추가 가공 과정을 거쳐 설탕 등 다른 재료와 혼합해 당과 제품으로 만든다. 제대로 된 초콜릿 맛이 나기까지 수천 가지의 화학작용이 일어나며 각 단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콜릿 제조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완벽한 맛을 내기 위해 각 단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통 건너뛰는 한 단계가 있는데 이 단계를 거치면 초콜릿을 건강에 더 좋은 식품으로 만들 수 있다. ‘꼬투리 저장(pod storage)’ 또는 ‘과육 사전처리(pulp preconditioning)’라고 불리는 과정으로 발효 전 며칠 혹은 일주일 이상 꼬투리를 한쪽에 치워두는 것을 말한다. 가나 대학의 초콜릿 전문가 엠마누엘 아포아콰에 따르면 꼬투리 저장은 가나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부들이 더 많은 꼬투리를 수확할 시간을 벌기 위한 방법”이다.

이 방식은 로스팅한 카카오 씨의 항산화작용을 대폭 증진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항산화제는 체내 유리기(free radicals, 세포와 DNA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활동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채소류와 베리류, 견과류, 초콜릿 등 다양한 음식에서 발견된다.

아포아콰의 연구팀은 가나의 전통 방식이 왜 초콜릿의 항산화작용을 증진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난 3월 24일 덴버에서 열린 미국화학학회(ASC)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이 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꼬투리 저장 단계는 폴리페놀(식물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 중 쓴맛이 더 강한 종류들을 분해한다. 그런 폴리페놀들은 로스팅 과정을 거치고 나면 초콜릿 향과 맛이 더 진하게 난다. 아포아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화학작용을 통해 항산화작용이 증진된다.

글= 더글라스 매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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