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불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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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대부분 불고기나 갈비라고 대답하게 된다. 영어나 일어회화 학습서에도 이같은 질문과 대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려말기의 중국어학습서로 알려진『노걸대』에는 「고려사람은 고기를 볶아먹을줄 모른다」고 했고 이어서 고기를 볶아먹는법을 가르쳐주는 대답이 나온다.
육류는 불교를 숭상해온 고려에서 오랫동안 터부시되어왔으며 원나라와의 교통이 열리면서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해주는 자료다.
한국 식생활사를 연구한 강인희교수(명지대)는 갈비구이의 일종인 설리자 (설리자) 가 개성의 명물로 전해내려온 것을 보면 불고기나 갈비구이가 고려말에 이르러 요리의 한 형태로 정착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했다.
설리자는 소의 갈비를 양념하여 굽다가 반쯤 익으면 냉수에 잠깐 담그고 다시 센 숯불에 구워 익히면 눈 내리는 겨울밤의 좋은 술 안주가 되는데 고기가 몹시 연하고 맛이 좋다고 옛요리에서 지적하고있다. 굽다가 냉수에 고기를 담가 다시 구우면 고기가 연해진다는 것이다.
설하면적 (설하면적)으로 소개되는 갈비구이도 있다. 문자 그대로 눈 속에서 고기를 찾아 구워먹는다는 뜻으로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겨울 눈 속에 저장했다 먹었음을 보여준다.
불고기든 갈비구이든 고기가 우선 연해야 한다는 것은 얘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미각의 요구다. 고기를 냉장시켰다가 먹는 것도 연하게 하는 한 방법.
고오베니꾸(신호육)로 유명한 일본의 쇠고기는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소에 맥주를 먹인다는 뜻이다.
물론 그 만큼 값도 비싸며 고기를 입에 넣으면 녹는듯한 맛이 있다는 칭찬을 듣는다.
불고기나 갈비구이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요리가 되고 있으며 우리주변에 불고기집과 갈비구이집도 많다.
70년대초 수원갈비가 서울의 미식가들을 불러들이는 것을 선두로 부산해운대갈비 서울 홍능갈비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제 서울신촌일대에 갈비촌까지 만들어 놓았다. 이밖에도 최근에 식당이 생겼다하면 불고기 갈빗집이라고 할만큼 유행음식이 되고있다. 요즘엔 주물럭 등심이라는 불고기가 유행에 한몫을 더한다.
서울시내에서 하루 1천∼1천9백마리까지의 소가 불고기나 갈비구이로 사라지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수입 쇠고기의 갈비도 사기 어려울 정도로 불고기·불갈빗집의 쇠고기 소비량은 엄청나다.
이는 중소도시도 마찬가지. 새로 생기는 불고기·갈빗집 때문에 특색있는 전통음식들마저 빛을 잃어가고 있을 정도다.
아뭏든 식생활의 선진화 현상으로 나타난 불고기 갈비 집이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음식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맛이 뛰어나다. 특히 양념속에 갈비를 재우는 솜씨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솜씨다.
쇠고기요리 가운데 특히 갈비가 환영받는 것은 뼈에 가까울수록 고기의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갈비구이라면 뼈에서 5∼6cm까지의 살을 갈비라고 부를수 있고 그밖의 고기는 갈비구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요즘 갈비구이라면 뼈에서 10cm이상 늘어진 살까지 붙여 이를 구워 가위로 잘라먹는다.
갈비는 뜯는 맛이라고 한다. 갈비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먹는 새풍속도는 이 뜯는 맛을 반감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는 미식가들도 적지않다. <김증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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