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불법 외국 근로자로 몸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 중국 공안당국은 지난해 남부 광둥성에서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5000명 넘게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런 단속을 중국 제조업계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조짐이라고 지적했다.

광저우 신문은 체포된 외국인 근로자 대다수가 동남아 이웃국가 출신인 20~30대 젊은이라고 보도했다. 출신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부는 베트남 국경을 넘어온 청년들로 알려졌다. 대다수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성의 여러 공장에서 일했다.

불법 외국인 근로자 중 일부는 ‘사두(뱀 머리)’로 불리는 인신매매단을 통해 중국 남부로 밀입국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광둥성 중남부 도시 둥관시의 신발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됐다. 그곳에서 공안 당국은 중국에 밀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53명을 발견했다. 대다수 젊은 여성인 그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을 강요 받았다고 알려졌다. 시급은 1.30~1.60달러(약 1420~1750원)로 현지 최저임금보다 낮다.

그들은 고용·건강·산재 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당국에 적발될 것을 우려해 대부분의 시간을 공장 안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그 공장에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한 알선책 2명은 그들의 임금 중 약 20%를 챙기고 나머지 대부분은 그들의 고향 가족에게 송금했다.

그런데도 일부 불법 외국인 근로자는 중국에서 받는 임금이 고향에서 올릴 수 있는 소득의 5~7배나 된다고 말했다. 또 공장이 문을 닫으면 중국을 떠나겠지만 일자리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광저우 신문은 지난해 광둥성의 불법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둥관시에선 2배, 중산시에선 4배로 늘었다. 특히 중산시 부근에선 지난해 불법 외국인 근로자 약 1000명이 적발됐다. 공안 당국은 불법 이주자와 정식 노동허가 없이 일하는 근로자의 단속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일부 업체는 ‘노골적으로’ 법을 무시한다고 광저우 신문은 전했다.

한 식품공장 대표는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지에서 필요한 인력을 전부 다 채용하거나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광저우 신문에 말했다. 중국인 젊은이 다수는 불법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두 배인 월 4000위안(약 70만원)을 줘도 소음과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또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직원 400명 중 절반이 일을 그만뒀다며 “요즘 중국의 젊은이는 일, 특히 조금이라도 힘든 일을 하려 들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공장은 60대가 된 옛 근로자들을 재고용한다고 알려졌다. 30년 전의 도농공(중국 시골에서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한 근로자) 1세대를 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고용주, 특히 부가가치가 적은 산업의 고용주가 겪는 그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과거엔 도농공이 아주 낮은 임금에도 기꺼이 일하려 했다. 심지어 일부는 아예 중국을 떠나 외국에 밀입국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잘 교육 받은 신세대 도농공은 갈수록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근로조건을 요구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광둥성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파업도 증가 추세다. 일부 다국적 기업은 동남아의 캄보디아와 베트남 같은 나라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곳의 인건비가 훨씬 싸기 때문이다.

광저우 신문에 따르면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업주는 1명당 1만 위안(약 176만원), 최고 10만 위안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또 업주는 근로자의 본국 송환 비용까지 대야 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중국에서 부자에 속하는 그 지역 업주의 불법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막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DUNCAN HEWITT IBTIMES 기자,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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