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진정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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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4개월째 접어든 이란-이라크 전쟁은 최근 새로운 양상을 띠면서 확대될 기미를 보임으로써 계속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직접 공격을 목표로 해온 지상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적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가중시키는 전략으로 전환하여 상대방 진영의 유조선을 공격하는 해상전으로 확대되어 피해국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이란산 석유를 수송하는 각국 유조선에 공격을 가하고, 이란은 이라크에 전쟁비용을 대주는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온건국가들의 선박에 공격을 가해 세계의 석유공급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빨리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전쟁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 양국의 확전 논리다.
확전의 피해는 전쟁 당사자들에게도 돌아가지만 더 큰 손해는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랍 온건국들과 석유수요의 20%를 페만에 의존하고 있는 자유진영 국가들이 보고 있다.
소련을 포함한 공산진영이나 이란을 지원하는 아랍 강경 국가들엔 거의 피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페르시아만의 석유수송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레이건」 미 행정부는 지금 국내 보수파들로부터 군사력을 투입, 확대되는 피해를 저지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미 4대의 조기경보 초계기(AWACS)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배치,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지금 페르시아만 안에 5척의 전투함을 투입하여 순시하고 있고, 그 외해인 아라비아해 북부 해상에는 키티호크 항모 등 7척으로 구성된 기동함대를 포진하고 있어 군사적으로는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현지의 주변 피해국들이 동의하고 이 지역에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영·불이 행동을 같이할 경우에만 군사개입을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페르시아만의 안전을 보호하는 다국적군의 창설을 제의해 놓고있다.
이란-이라크 어느 쪽도 현재로는 페르시아만을 운항하는 적성국 선박에 무제한·무차별 공격을 감행하는 전면폐쇄를 단행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중공격과 미사일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국의 군함이 피격된다면 미국의 군사개입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국을 월남전에 개입시킨 통킨만 사건의 중동판이 되는 것이다.
더우기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정치스타일이나 지금까지의 정책논리로 보아 군사개입을 주저할 인물이 아니다. 그는 미국의 위신과 동맹국의 이익을 의해 필요하다면 레바논이나 그레나다에 개입한 것처럼 페르시아 만에도 군사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재선을 노리고 선거에 임하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가능성은 농후하다.
지금 강대국이 이란-이라크에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국제적인 위기관리 능력의 중대한 시험대임엔 틀림없다.
우리는 「제국주의의 개입」을 방지키 의해서라도 이란-이라크 전쟁을 조기 종결시켜야 한다면서 중재에 나선 아랍 강경파 지도자인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노력이 강대국의 측면 지원을 얻어 결실을 보기를 기대하며 주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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