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심정수 '굿바이 3점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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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으로 뒤진 9회말.현대의 공격이 시작됐다.

대타 조재호는 기아 마무리 투수 진필중에게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바가지성 안타를 때렸다. 그러나 진필중은 후속 박진만을 우익수플라이로 잡아냈고 자신감에 넘쳤다.

타석에는 왼손 전준호. 여기서 현대 김재박 감독의 번득이는 작전이 빛을 발했다. 1루주자와 타자의 런앤히트. 조재호가 스타트를 끊는 순간, 기아 유격수 홍세완이 2루커버를 위해 움직였고 전준호는 몸쪽 공을 3-유간으로 '툭'하고 밀었다. 홍세완이 떠난 자리로 구르는 좌전안타였다.

1사 1, 3루가 되자 관중석이 조금씩 술렁거렸다. 스위치히터 박종호가 또 밀어쳐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8-10에 1사 1,3루. 프랭클린이 중전안타로 뒤를 받쳐 9-10에 1사 1, 3루가 됐다.

타석에는 '검투사 헬멧'을 쓴 심정수. 진필중에게는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초구 볼에 이어 2구째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다고 느껴지는 순간, 심정수의 방망이가 '번쩍'하고 빛났다.

타구는 꼬리를 감추며 왼쪽 담장 너머로 날아갔고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심정수는 방망이를 훌쩍 집어던지며 끝내기 3점홈런을 자축했다.

12-10.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현대의 대 역전승이었다. 시즌 15호홈런을 극적인 끝내기로 장식한 심정수는 "홈런 개수보다 팀의 연패(3연패)를 끊는 홈런이라 기쁘다"고 말했다.

선발로 나서 불과 3분의2이닝 동안 6실점한 정민태는 더욱 극적으로 패전의 멍에를 벗고 14연승 행진을 '진행중'으로 이어갔다. 1, 2회 10점을 뽑아 2회초 10-1로 앞섰던 기아선수들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9점차를 뒤집은 것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점수차 역전승 신기록이다.

수원=이태일 기자,김종문.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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