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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소와 정부의 너그러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에서 사오는 육우가 잘 죽는 것은 그쪽에서 병든 소를 팔았기 때문이라고 미 농무성이 최근 밝혔다. 이같은 사실을 전한 외신을 접하면서 놀라움과 함께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농수산부와 미 관리들에 대한 실망이다.
작년 말 도입육우가 많이 죽는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때 농수산부는 그 이유를 해명하면서 작년엔 특히 여름혹서로 사육환경이 나빴고 37∼45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수송으로 소의 스트레스가 가중됐으며 특히 미 샤로레 품종은 미주리주 일부지역에서만 구입할 수 있어 장거리육로수송이 불가피했고 우리 농가가 방목하던 소를 가둬 길렀기 때문이라고 여러 가지를 들었다.
미 정부도 인정한 검역부실은 쏙 뺀 것이다. 「쏙 뺐다」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미 작년에 미 농무성 관리가 한국 내 물의를 계기로 내한하여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우리 당국에 사과까지 하고 돌아간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애당초 병든 소를 팔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가 미국측에 의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수산부가 이제까지 나타낸 유일한 반응은 『보험에서 전액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피해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은 배알도 없느냐고 오히려 미국사람들이 의아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몇 달 전 미국이 우리에게 저질탄을 팔아먹었고 재작년에는 불량미를 수출했다고 해서 물의가 빚어지는 등 번번이 당하면서도 우리 당국은 끈기 있게 너그러움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요새 미국은 한국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그 전체곡류의 92.7%를, 콩·면실유·사료첨가제 등은 1백%를 미국에서 사들여오고 축산물도 50.4%를 그들에게서 사오는 데 그것도 모자라 우리측에 대해 레먼·코코넛 같은 것까지 사가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또 「코널」같은 악명 높은 쌀 상인을 도와 많은 미 의원들이 대한 쌀 수출압력에 나서는가하면 미 정부는 정부보조금을 받는 타국상품에 대해 보복할 수 있도록 한 통상법을 활용, 한국이 필요한 때 일본쌀을 사는 것까지 막고있는 실정이다.
쌀 생산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있는 일본은 미 보복이 두려워 한국에 쌀을 팔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한국에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물리는 것 이외에도 반덤핑이니, 불공정거래, 불공정무역관행, 수입규제, 경쟁상태조사, 국가안보저해방지 등 다양하고도 정교한 비관세장벽을 쌓고 있다. 작년만 해도 대미수출의 41.2%가 이같은 비관세장벽을 겪었다.
특히 최근에 미국은 「불공정」거래 행위방지를 이유로 한국 등에 대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GATT에서 인정하는 불공정거래제재조치를 확대 해석하여 공정거래 미명아래 대외경쟁력이 약화된 그들의 국내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불공정」 거래방지라는 칼을 수시로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병든 소를 팔아먹은 스스로의 「불공정」에 대해서도 미국은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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