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60년치로 북한 사회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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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동신문은 북한을 들여다보는 창(窓)입니다. 북한 체제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담겨있으니까요."

1945년 창간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연구하고 있는 동국대 강성윤(姜聲允.58)북한학연구소장은 27일 교내에서 열린 중간보고 세미나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일러야 1950년대 말 시작됐을 것이란 기존의 학설과 달리 북한 당국이 이미 49년에 김일성 동상을 건립하려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등 연구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단 50년 4월까지의 기사 분석을 담은 논문 6편이 소개됐다. 姜교수는 "그동안의 노동신문 연구가 사설 분석 등 특정 분야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지면 전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姜교수팀이 맡은 연구는 45년 11월 1일 창간호부터 오는 2005년까지의 노동신문 기사 분석으로, 같은 학과의 고유환 교수 등 북한 전문가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노동신문을 통해 본 북한 사회의 변화'란 주제로 2년간 이뤄질 이 연구는 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한다.

姜교수가 이 연구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40~50년 전 노동신문이 국내에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통일부 특수자료실 소장분 중 빠진 지면을 찾기 위해 직접 중국 베이징(北京)도서관을 찾아 49년도에 발행한 신문 1백일치 이상을 복사해 오기도 했다.

姜교수는 "연구결과를 연구소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북한 연구자나 관련 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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