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평화적 해결 관심과 지원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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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한·일 정상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로이터=뉴시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오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에 참석,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각국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긴요하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표명했다고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회의 직후의 의장성명에도 반영됐다.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회의체다.

노 대통령은 회의에서 "독일은 일부 영토까지 포기할 정도로 과거 역사 인식을 철저히 청산했다"며 "국가의 이름으로 전쟁에 나가 이웃에 고통을 준 사람들에 대해서도 일체의 추모시설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신사참배 문제에 대한 주의 환기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의 직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한 명의 국민, 총리로서 자국 시설에 평화를 빌고 전몰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을 비판하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전쟁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EAS 신규 회원 가입과 관련, "이 지역의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모든 국가가 참여해야 하며 러시아의 참여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6자회담 참여국인 러시아의 가입에 대한 지지"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언젠가 북한도 이런 대화에 참여할 날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상들은 이날 채택된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통해 EAS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며 매년 EAS를 아세안 국가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은 2박3일간의 필리핀 국빈방문을 위해 마닐라에 도착했다. 직후의 동포 간담회에서 그는 "북한에 대한 약간의 지원을 갖고 상대가 금방 눈치챌 지렛대나 족쇄로 쓰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5일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마닐라=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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