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양심적 병역 거부 수용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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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남북 긴장관계 완화 등으로 외부의 위협이 감소되고, 병력자원이 부족하지 않으며, 국민이 동의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안보 여건 변화에 대비해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새로운 대체복무제도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력이 절대 부족하다"며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현재 3100명에 불과하지만 일단 이를 인정하게 되면 너도 나도 특정 종교로 개종하거나 양심선언을 할 소지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군대 안 가는 분위기가 도미노 현상처럼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을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없는 게 문제"라며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인정은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의 결정은 정부에 대한 권고사항이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대학교 김병렬 교수는 "현재 안보여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주면 병역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국가에서 부여하는 다른 의무에 대한 거부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행 대체복무제도는 현역 복무 대신 특정한 분야에서 복무한 뒤 수년간 동원예비군으로도 응하는 제도"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요구하는 '일정 기간을 사회시설에서 봉사활동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현역 복무 형태'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9월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2.3%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군 장병(표본 수 2878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군 간부의 81.2%, 병사의 74.7%가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들의 대다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가 징병제도와 국방의무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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