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17명 추가 확인…모두 92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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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17명 추가로 확인됐다. 이로써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모두 92명으로 늘어났다.

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 판정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실시한 2차 조사 판정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1차 피해조사는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질병관리본부 주도로 진행된 바 있다. 1차 조사 때 피해자로 인정된 경우는 사망자가 75명, 생존자가 93명이었다.

이날 2차 조사 발표 내용에 따르면 2차 피해 신고자 169명 가운데 28명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판정됐고, 또 다른 21명은 폐질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됐다. 반면 21명은 가능성이 낮다는 판정을, 98명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1명은 자료 부족으로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폐질환이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높은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는 17명이었다.

판정위원회는 또 1차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60명에 대해서도 임상기록 등을 재검토해서 2명은 '가능성 확실' 단계로, 다른 2명은 '가능성 높음'으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새로 확인된 피해자 53명에 대해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자들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별도 안내에 따라 폐질환과 관련해 지출한 의료비 영수증 등을 처부해 신청하면 된다. 조기 사망 등으로 의료비가 2015년 기준 최저한도액인 596만 원보다 적을 경우는 최저 한도액이 지급된다.

아울러 환경부는 '가능성이 낮음' 단계로 판정된 피해자 53명에 대해서도 건강 모니터링 등 건강관리를 지원키로 했다.
환경부는 올 연말까지 마지막으로 3차 피해조사 신청 받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2011년 4월 말 서울시내 병원 중환자실에 급성 호흡부전 임산부 환자들이 잇따라 입원하는 등 임산부들 사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 사례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5월 10일에는 폐 손상으로 인해 34세 여성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환자들은 호흡 곤란과 기침, 급속한 폐 섬유화(纖維化) 등의 증상을 보였다.

2011년 8월 31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 결과,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가습기 내부에 미생물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가습기 물탱크에 살균제(세정제)를 첨가했고, 실내 공기 중으로 분사된 이 살균제에 노출된 산모·영유아·아동·노인 등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2011년 11월 초 질병관리본부는 실험용 쥐를 이용한 흡입독성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자제와 판매 중단, 회수 등을 권고했다. 2011년 11월 11일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인체 독성)을 공식 확인하고 6종의 제품에 대해 수거토록 명령했다. 당시 유해성이 확인된 것으로 발표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은 크게 두 가지로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와 PGH(Oligo(2-)ethoxy 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 염화 올리고-(혹은 2-)에톡시에틸 구아니딘)였다.

이들 물질은 피부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5~10분의 1 정도에 불과해서 샴푸, 물티슈 등 여러가지 제품에 이용되지만 이들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될 때 발생하는 독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2년 2월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 중 CMIT/MIT (chloromethylisothiazolinone/ methylisothiazolinone:클로로메틸 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이 들어간 제품은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CMIT/MIT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에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환경부는 2013년 4월 뒤늦게 CMIT/MIT와 PHMG를 유독물로 지정했고, PGH도 유해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들은 2012년 1월 국가에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환경부는 환경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했고, 관련 고시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유족에게 의료비·장례비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설치한 폐손상 조사위원회는 2014년 3월 공식 접수된 361건의 의심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이 거의 확실한 사례가 127건(사망자 57명 포함), 가능성이 큰 사례가 41건(사망자 18명 포함)이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큰 168건(사망자 75명)에 대해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과 환경단체에서는 “정부가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며 피해 판정 재심을 요구하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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