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운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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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이 인간 개개인의 자기 실현을 위해서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서 그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우리 나라는 산업화가 진척되면서 교육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국민의 약 30%에 해당하는 방대한 학교 교육 인구를 갖게 되었으며, 학교 밖에서도 평생 교육의 이념 아래 광범하고 다양한 교육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수요, 교육 인구의 엄청난 팽창과는 반비례하다시피 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교육 위기를 불러일으킬 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대한 교육 연합회가 제32회 교육 주간을 맞아 『쾌적한 교육 환경을 만들자』는 주제를 제기한 것은 교육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함으로써 더 늦기 전에 교육 환경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쾌적한 교육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과밀 교실·과대 학교의 해소가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할 최대 과제로 부각되고 또 나름대로의 노력도 경주 된지 오래지만 아직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교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교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터에 교내의 위생 시설이라든지, 조경 등이 「쾌적」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나아지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학교 주변 환경만 해도 학교 보호법과 동법 시행령이 제정 된지 15년이 되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교육 환경이 궁극적으로 교육 내용의 충실화를 위한 것이란 시각에서 볼 때 학교 시설이나 주변 환경의 개선은 기실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다.
일반의 교육에 대한 빗나간 관심이라든지, 학교에 대한 불신 풍조도 그렇지만 행정 당국의 학교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교육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서 교육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교육 환경의 개선은 학교나 교사 또는 행정 당국의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교육의 주체로서 학교와 교사들의 역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교사는 교육 풍토의 명랑화를 실현키 위해 딴 직종의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처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사람의 그릇된 행동이 일어탁수 격으로 전체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다시금 인식해야겠다.
교육 행정 당국이 해야할 일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선 교사들이 마음놓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이 당국이 해야할 일이다.
일선 교사들이 전투 요원이라면 행정 당국은 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지원부서의 사람들이 교육에 지나치게 간섭을 한다면 그 자체가 순리가 아닐 뿐더라 교육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교육 행정 당국도 나름대로 교육 환경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평가되지만 과밀 학급, 과대 학교의 해소에서부터 쾌적한 시설, 아름다운 조경에 이르기까지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교육 환경은 국민적 관심과 참여에 의해서만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쾌적한 교육 환경이 만들기는 누가 해주는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이라는 인식을 다같이 가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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