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따라죽는 '베르테르 효과'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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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8년 10월 2일 탤런트 최진실(당시 39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자살자 수가 58.6명으로 전달 평균(32.5명)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20, 30대 젊은 여성이 죽음을 택한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유명인을 뒤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수치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005~2011년 자살한 13명의 국내 유명인의 사망 뒤 한 달간의 자살자 수를 추적했다. 한 달간의 하루 평균 자살자가 45.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전 한 달의 평균 자살자 36.3명에 비교하면 25.9%가 늘어난 것이다.

 유명인 자살의 영향은 목숨을 끊은 이가 젊은 여성인 경우에 확연히 나타났다. 2005년 여배우 이은주(당시 24세)씨가 사망하기 전 한 달간은 하루 평균 자살자가 22.9명이었지만 사망 직후 한 달 동안에는 41.1명으로 증가했다. 2007년 탤런트 정다빈(당시 26세)씨 사망 전엔 하루 평균 자살자가 21.1명이었고, 사건 직후 한 달에는 44.5명으로 폭증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젊은 여성에게 특히 강하게 작용했다. 20~39세 여성의 모방 자살 빈도가 평균에 비해 1.6배 많았다. 전홍진 교수는 “20, 30대 여성들이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기 또래의 젊은 여성 유명인이 자살하는 경우엔 대상을 자기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의 자살 보도가 모방 자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유명인 자살 사건 발생 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베르테르 효과=존경하는 인물 또는 유명인이 자살한 뒤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뒤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상. 주인공 베르테르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내용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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