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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돌보라고, 공부하라고 … 근무시간 줄인 기업 50곳, 이직 막고 애사심 높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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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아이들이 어릴 때는 친정 어머니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버텼는데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도저히 못버티겠더라” (김모 연구원, 40세)

 “직장 4년차로 쉼없이 앞만 보고 달려와서인지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공부도 더 하고 여유도 찾고 싶었다”(천모 디자이너, 25세)

 이들은 사표를 내는 대신 출구를 찾았다. 바로 ‘전환형 시간선택제’다. 다른 근로자처럼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대신 일정기간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무하면서 경력 단절을 피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올 1월부터 시작된 ‘전환형 시간선택제’ 지원사업을 통해 3개월 간 50개 기업이 지원 승인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이 중 26개 기업이 실제 제도를 도입해 47명의 근로자가 시간선택제로 근무하고 있다. ‘전환형’은 기존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시간제 근로자를 새로 뽑는 ‘채용형’과 구분된다. 근로자들이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이유는 육아·자녀 돌봄이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학업(5명), 본인 건강(3명), 퇴직준비(3명), 가족 간병(1명) 등의 이유로 단축 근무를 택했다.

 육아를 이유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제도(사용기간 최대 1년)는 2011년 9월부터 시행됐다. 올 1~3월에 380명이 활용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의 이직을 막고, 애사심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일·가정 양립 문화 선도기업으로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항공운수업을 하는 에어코리아는 올 3월 기준 159명이 시간선택제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 직원 가운데 시간제로 전환한 근로자는 현재까지 30여 명(누적)에 달한다. 탑승객이 몰리는 피크타임대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직률을 3.2%에서 2.3%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현재 324명이 시간선택제를 활용하고 있다. 매년 약 50명의 직원들이 단축근무를 선택한다. 하루 4시간 근무하는데 육아휴직을 포함해 최대 2년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미즈메디병원에서도 현재 10명이 시간선택제 근로를 하고 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를 둔 전문의, 방과 후 아이를 돌보고 싶다는 간호사 등 잘 훈련된 인력이 퇴직보다는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형태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나영돈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경력 단절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컨설팅과 재정 지원 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환형 시간선택제 도입한 주요 기업 사례>

▶에어코리아(항공운수서비스업, 근로자수 1120여 명)
-시간선택제: 159명(신규채용형 149명, 전환형 10명), 전환형 사용자 누적 30명

-임금: 근로시간비례+ 약 12%

-효과: 항공기 탑승객이 몰리는 피크타임대 일속 부족 해결, 이직률 3.2→2.3%로 낮춰
▶미즈메디병원(산부인과 전문병원, 근로자수 380여 명)

-시간선택제: 10명(채용형 5명, 전환형 5명), 전환형 사용자 누적 11명

-임금: 근로시간 비례 + 약 5%

-효과: 효율적 인력운영, 숙련 전문인력 이직 방지
▶신한은행(금융서비스업, 근로자수 1만4000명)
-시간선택제: 324명(채용형 310명, 전환형 14명), 전환형 매년 약 50명
-‘신한 Mom-Pro 프로그램’ 운영: 육아휴직 1년 경과 직원 시간선택제 근무로 정상 복귀 전 소프트 랜딩

-임금: 근로시간비례 + 보육비 월 30만원, 중식대·교통비·자기개발비 지급

-효과: 피크타임대 고객 서비스 질 제고, 육아기 여성인력 역량 강화 지원

자료: 고용노동부

세종=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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