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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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어제(12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자는 쪽으로 대다수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다만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결정문의 표현을 다듬고 결정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기 위해 의결을 미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26일 전원위원회를 다시 열어 의견 표명 또는 권고 등 공식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인권위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해당 기관에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면 피진정 기관은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 거부는 인정하되 종교.신념 등 '양심적 거부'의 범위와 대체 복무 방안 등에 대해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심의.의결 기구인 전원위원회는 위원장과 위원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됐으며 과반수로 찬반을 결정한다.

인권위는 2002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 달라는 병역 거부자 모임의 진정을 받은 뒤 관련 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청문회를 여는 등 입장 표명을 위한 검토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인권위의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은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의 결정.판례와 어긋나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대체 복무를 통한 양심 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서울남부지법이 제기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7명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지난해 7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백일현 기자

◆ 양심적 병역 거부=종교적 신념 등에 따라 병역 및 집총을 거부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병무청에 따르면 병역 거부자는 올 10월 말 현재 3100여 명이다. 병역법 제88조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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