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은 비밀예금 심판대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오는 20일 스위스는 5년 가까이 논란을 빚어온「은행비밀규제」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국민투표는 스위스은행의 엄격한 비밀유지가 제3국으로부터의 재산도피는 물론 국내에서 탈세에 이용되고 있다는 일부 국내비판세력에 의해 제기 된지 5년만에 갖게되는 최종 판가름이다.
제3세계로부터의 재산도피나 탈세, 범죄조직의 마약거래자금, 무기거래자금등을 스위스은행들이 보호해 그 덕으로 살찌고 있다는게 이들의 비난이다.
이란혁명정부가「팔레비」전국왕의 2백억달러 예금반환을 요구한 것이라든가 서독중앙은행총재가 IMF총회에서「모부투」자이레대통령의 개인예금이 자이레외채 총액과 같은 40억달러쯤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미루어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스위스에는「치과의사보다 많은」 숫자의 은행들이 번창, 전국에 4천개 이상의 점포가 문을 열고 있다.
돈의 출처가 어디든 가리지 않는 스위스은행의 잡식성은 이탈리아와 접경한 루가노시의 실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인들의 탈세, 재산도피 예금을 관리하기 위해 인구 2만5천명의 이 도시에 금융기관 점포만 3백개 가량이 되는 것은 정말 「놀라운」일이다.
프랑스인의 경우 40만명이 스위스은행에 비밀구좌를 갖고 있으며 재산도피 규모는 프랑스전체재산의 10%쫌 될 것으로 이들은 추산했다.
은행측은 국민투표를 앞두고 은행을 규제하게되면 국제적인 신용이 떨어지고「예금인출」사태가 벌어져 스위스의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맞서고있다.
이처럼 논란을 빚고는 있지만 거인과 난장이 (다윗과 골리앗) 의 싸움에 비유되는 국민투표 결과는『단지 국민들의 관심을 끌게한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국민운동측이 말하듯이 그들에게 전혀 승산이 없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본=김동수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