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의 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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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년 들어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은 한번 가볼 만한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은 반가운 현상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표본조사결과 82%가『한국에 다시 오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한국을 찾아온 것이 『기대이상으로 좋았다』는 반응도 40.7%를 차지했다.
또 한국을 다녀간 일본교직자들의 94%가 수학여행의 최적지로 한국을 꼽은 조사결과도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 『한국은 불안한나라,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것은 큰 잘못』 이었으며 오히려 한 국민의 근면성과 문화적 긍지에 부러움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의 이 같은 한국에 대한 인식변화는 국제사회에서 우리 나라의 지위 향상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역사가 비로소 타당한 평가를 받는 것으로 여겨도 될 것이다.
물론 관광국으로서 한국의 위치는 아직 보잘 것이 없다. 작년 한해 우리 나라를 찾은 외국 관광객은 1백19만8천9백50명, 이들이 체한 기간 중 사용한 여행경비는 처음으로 한 사람 당 1천 달러를 넘어섰다지만 구미제국과 비교하면 말할 것도 없고 동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홍콩·태국보다 훨씬 떨어진다.
그러나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이 늘어나고 그 수준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관광한국으로 발돋움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더우기 우리 나라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어차피 공산권을 포함해서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건 한번 찾아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이 손꼽히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제 「섹스관광」 의 오명은 씻을 때가 되었다.
그럴수록 호스트로서 우리자신이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다녀간 후 불평하는 점은 대충 언어불변, 택시 불친절, 안내책자의 부비,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하나 하나 따지고 보면 이런 불만들은 문화적 역사적 배경의 차이와도 관계가 되는 것인 만큼 하루 이틀에 개선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중에는 노력여하에 따라서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없지는 않다.
도로의 표지판이든지 관광안내서 등이 그것이다. 도로표지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주소 하나만을 들고 집을 찾을 수 없는 대도시는 세계에서 서울 하나일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가뜩이나 서울은 지번이 제대로 매겨져 있지 않아 서울사람들조차 집 찾기가 어려운 터에 표식판이 모자라고 표기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외국관광객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안내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국인들도 알아보기 어렵게 지도가 그려진 게 비일비재하고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게 내용이 틀린 경우도 허다하다.
도로표지판이나 안내책자는 한나라의 문화적 척도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인도 된다.
그것을 아무렇게나 제작하고 배포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관계기관의 무신경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한국을 세계에 알릴 호기를 맞고 있다.
표지판, 안내책자 등 기초적인 과제로부터 차근차근 풀어감으로써 세계 속의 한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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