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영화 『비구니』 제작중지 요구에|영협 ″창작자유침해...법정투쟁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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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화인들은 이번『비구니』사건을 지난번 버스안내양과 우편집배원의 반발을 샀던 영화『도시로 간 처녀』『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누른다』사건과 같은 성격으로 파악, 『번번이 당할수만은 없다』며 벼르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는 제작사들이 사건을 무마해왔으나 이번 사건만은 독자적인 대책을 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비구니스님들은 이영화의 시나리오내용이 『수도승을 대중예술의·눈요깃감으로삼아비구니의 음란도색화를 그렸다』며 이는 창작예술의 한계성을 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한다.
영협 시나리오위원회 유동훈위원장은 『영화「비구니」의 시나리오작가인 회원 송길한씨의 진정을 받아 작품을 면밀히 검토해봤다면서 『상식적인 선에서 불교계가 이의를 제기할 만큼 심각한 테마나 장면·대사가 없었다』고말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문제만 있다면 대화는 커녕 바로 제작중지요구로 치닫는 문화의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씨는 이번 사건을 시나리오 창작의 차원에서 법정투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인협회 강대선이사장은 『이런 전례가 누적되면 앞으로 창작활동이 크게 위축될것』이라며 『특정계층의 의식의 과민성으로 인해 더 이상 영화창작의 자유가 침해돼선 안되겠다』고 말했다.
이사건과 관련, 영화인협회가 구성한 7인대책위원회는 단계적인 대용책을 마련하는 한편 사태의 추이에 따라 극한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영화인들은 문공부의 미온적인 정책이 사태를 더욱 혼란하게 만든다고 호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비구니』의 시나리오는 이미 제작사의 제작신고에 따라 문공부의 심의위원(촉탁)들이 심의,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교계의 진정을 받자 갑자기 개작통보를 내린 것은 경솔하고 안이한 처사가 아닐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화 『비구니』는 한 여인이 육체적·정신적 갈등을 겪으면서 비구니가 돼 수행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으로 김지미가 3천만원의 출연료를 받고 삭발, 주연해 화제가 됐었다.
『비구니』제작사인 태흥영화사측은 일단 문공부의 통보를 받아들여 개작에 들어 갔으나 앞으로 영화계가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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