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 배출한 싸이월드도 등단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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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처음으로 소설을 배출했다. 신문사의 신춘문예 당선, 문학 잡지를 통한 등단 등 정규 코스와는 궤를 달리하지만, 독자들의 댓글 성원에 힘입어 미니홈피 글이 소설로까지 출판된 방식은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포문을 연 작가는 예랑(35). '천생연분' 등 드라마에서는 이름을 날린 작가지만 소설을 써본 적은 없는 '신인'이다. 그는 자신의 홈피(http://www.cyworld.com/rang38)에 사랑.이별에 대한 단상을 적어놓았던 것이 폭발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자 '키다리 아저씨'(이미지박스)라는 소설로 출간했다. 작가는 도쿄에서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드라마 작가 특유의 시각적 이미지를 살려 표현했다. "누런 전등 빛과 창에 맺히는 빗방울, 주인 아저씨는 비와 어울리는 재즈 넘버를 고르고 있다.""봄은 하늘로 날려 보낸 노란 풍선과 솜사탕처럼 달콤한 카푸치노의 거품이었다." 그의 소설에는 록본기힐스와 긴자 거리가 나오며 커피가 나온다. 가히 코스모폴리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0~30대 독립적인 싱글 여성들의 연애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내는 글들이라 공감도 많았다. 또 작가의 체험인지, 창작인지 모호한 상태의 글들이 홈피에 올라오자 방문자수가 42만여명에 달하며 예랑의 글들은 다른 홈피로 수없이 '퍼가졌다'. 이렇게 유포된 글들에 대해 "누가 쓴 것이냐""책으로 나오느냐"는 문의가 이어져 출판까지 하게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예랑'이라는 독특한 이름, 황신혜 등 연예인들과의 친분이 드러나는 각종 사진들, 실제로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를 자랑하는 작가의 사진 등이 홈피의 인기를 보탰다.

등단 무대가 된 싸이월드도 이번 소설을 적극 밀어주고 있다. 독자가 작가와 일촌을 맺어 친밀감도 높아지고, 매일 업데이트되는 글을 보며 작가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홈피의 에세이식 글이 이번 기회로 얼마든지 '문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밖에 결혼 13년차 주부가 싸이월드 페이퍼에 게재했던 자신의 글을 모아 '송민경의 명품 다이어트&휘트니스'(국일미디어)라는 책을 내는 등 싸이월드를 통해 독자를 확보한 책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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