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독주 흔들 … 작전 바꾼 삼성화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삼성화재는 야구를 한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행보가 관심거리다. 9년간 왕좌를 지켜 온 삼성화재는 10일 LG화재에 0-3으로 완패 당했다. 2년여 만에 LG에 당한 패배며, 창단 뒤 첫 0-3패다.

주력선수 노쇠화와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배구판에서는 "삼성화재의 몰락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11일 강력한 라이벌인 현대캐피탈을 3-1로 꺾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태연한 표정이다. "프로야구 하듯 경기하겠다.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승수를 쌓아둬야 하지만 현대캐피탈이나 LG화재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힘을 낭비하지 않고 반타작 이상의 승률이면 만족하겠다"는 설명이다.

올해 남자배구는 3국 시대다. 삼성화재 독주에서 지난해 삼성-현대 양강 체제를 지나, 올 시즌엔 LG화재까지 우승 싸움에 끼어들었다. LG는 현역 최고 거포인 이경수와 외국인선수 키드의 쌍포를 구축, 베스트6의 전력은 최고로 꼽힌다.

팀 전력이 평준화되고, 팀당 35경기의 장기 레이스가 시작되자 신 감독은 프로야구식 전술운용, 즉 3연전 2승1패 작전을 가동한 것이다. LG화재전에서 초반 실점하자 경기를 버린 격이다. 신 감독은 "물론 목표는 우승이며 플레이오프에 가면 큰 경기에 강한 우리가 유리하다"고 자신했다. '코트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신 감독다운 지략이다.

그러나 야구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은 라이벌 팀과의 경기에 전력투구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감도 높이고 그 경기에서 이기면 페넌트 레이스에서 실제로는 2승의 효과를 얻는다. LG화재 신영철 감독의 생각도 그렇다. "큰 경기에서 삼성이 강했던 이유는 정규리그에서 상대를 압도하면서 생긴 자신감 때문이다. 페넌트 레이스에서 반타작 승부로 간다면 삼성의 챔피언결정전 승률도 반타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도 "장기 레이스에 대비해야 하지만 라이벌 팀을 이기려고 덤벼들다 안 되면 발을 빼는 격이다. 발을 빼는 것도 자주 하면 버릇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력 평준화 시대에 삼성화재의 변신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