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상도동지점 강도의 문제점-경찰, 상황판단 늦어 범인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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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범인과 은행원>범인 갑…(목발을 했음)=손을 들고 벽으로 돌아서라. 협조하지 않으면 본보기로 한사람의 머리를 깨겠다.
김대리=협조할테니 사람은 해치지 말라.
범인 갑=앞으로 찾아올 사람과 시간, 그밖에 외부와 연락되는 경우는.
김대리=10분쯤 뒤에 식당 아주머니가 그릇을 가지러 올것이다.
그외에 파출소·은행본점·타지점에서 수시로 전화연락이 있다.(하오8시35분)
범인 갑=비상벨 위치는(이때 김대리가 손가락으로 바닥에 있는 비상벨 스위치를 가리키자 범인은 벤치로 선을 끊었다)
범인 갑=갖고 있는 돈이 얼마냐.
김대리=은행 돈이냐, 아니면 우리 돈을 말하는 거냐.난 지금 1만7천원밖에 가진것이 없다.
범인 갑= (화를 내며) 장난하려 온것이 아니다. 금고에 얼마나 있느냐.
김대리=현금 5천만∼7선만원 정도있다,
범인 갑=금고를 열수 있느냐.
김대리=열쇠도 없고 다이얼 번호를 몰라서 열수없다.
범인 갑=(범인 을에게) 떡밥(폭약)을 준비해라.
범인 갑=나는 이 사회를 미워한다. 국민은행 돈은 아직 도둑질한 놈이 없었으니까 내가 좀 나눠 가져야겠다. 나는 월남전 상이용사다. 너희들중에 자식새끼 있는 놈이 누구냐.
김대리=내게 딸이 하나있다.
범인 갑=처자식을 평생 울리지는 않겠다. 그러니 협조해라.(하오8시45분)
(경찰이 와서 초인종을 눌렀다. 하오8시50분)
범인 갑=누구냐.
김대리=그릇을 가지러온 아줌마일거다.
범인 갑=(범인 을에게)내려가서 식기를 전해줘라.
범인 을=(아래층에 다녀온 뒤)경찰이다. 다 틀렸다.
범일 갑=(도끼를 쳐들며)이불을 꺼내라. 다 깨고 튀자. 도망칠수 있는 길이 어디냐.
김대리=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내가 경찰을 돌려보낼테니 직원들은 해치지 말라.(범인들은 이때 주머니에서 신경안정제로 보이는 약을 꺼내 먹었다)
범인 갑=너희들이 먹을 사이나도 갖고있다.(이어 김대리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도망쳤다.) <문제점>
비상벨은 정확히 작동했다. 그러나 허술한 대처로 멀쩡한 경찰이 불구의 범인까지 놓치고 은행원들을 다치게 했다.
최초의 출동경찰관이 은행후문의 벨을 5분동안이나 눌러도 아무 응답이 없었다.
이때 이미 은행안에 심상치않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것을 눈치채고 이에대한 별도 초치를 취했어야만 했다.
이경장등은 범인 1명이 내려와 『누구요』라고 물어 경찰임을 확인하고 올라간후 다시 5분여가 지날때까지도 상황판단을 못했다.
더우기 김대리가 뛰쳐나와 『강도야』라고 소리친 후에도 즉각 대처를 하지 못한채 머믓거려 불구자까지 낀 범인들이 모두 달아난후에 현장에 들어갔다.
더구나 경찰은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 내부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면서도 범행장소 주변의 경계를 소홀히 해 범인들의 도주를 막지 못하는등 최근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강력범죄의 대처에 큰점을 드러냈다.
한편 행원들도 TV시청에만 한눈이 팔려 범인들이 은행에 침입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이 은행에는 평소 음식점 종업원들이 전화한통으로 자유롭게 출입하는등 문단속에 소홀했던것도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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