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레이건」의 중공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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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북아의 국가관계가 미묘한 변화의 징조를 보이고 있는 이때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북경에 갔다. 「레이건」으로서는 최초의 공산국가 방문이라는 이번 여행은 미국의 정책 순위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의 무거움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을 최초의 외빈으로 초청했고 작년에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데 이어 이번에 중공을 방문함으로써 미국이 태평양 국가임을 스스로 행동화했다.
「레이건」이 특히 아시아에 정책적 비중을 두는것은 이 지역의 성장과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지금 아시아태평양지역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유럽을 제치고 미국최대의 교역권이 되어있다.
일본과 한국은 미국시장에 깊이 진출함과 동시에 미국의 더 큰 시장으로 발전되고 있다.
특히 중공은 근대화 노선으로 개방주의 원칙을 채택한 후 서방국가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증대함으로써 소련을 견제하는 중요한 방패가 되어있다.
미국의 대소 관계에서 볼 때 그같은 중공의 존재는 동맹국이나 다름 없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련은 극동 군사력을 강화해왔다. 지금 소련의 5개 함대중 극동함대가 최대 규모로 성장했고 이 지역의 소련 해·공 전력은 한·일·중 3국과 7함대는 물론 미국본토까지 위협 할 수 있게 강화됐다.
이같은 세계 전략적 상황에서 미국은 중공이 대소 포위망의 일환이 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실용주의 중공은 미·소의 파워 게임에 말려들지 않고 양국과 등거리 관계를 유지하면서 소련과는 적대관계를 완화하고 미국과는 근대화 계획을 달성키 위한 경제·기술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려하고 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의 방중 활동도 그런 한계 안에서의 양국간의 협력모색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모택동 말기부터 거론돼온 소련주적논이나 연미항소론은 80년대에 들어 중공에서는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관심은 미·중 지도자간에 논의될 한반도 문제다. 미국은 4자 회담을 제안했으나 1차적으로는 한국의 남북한 양자 직접 회담을 지지하고 있고 중공은 북한의 3자 회담안을 지지하면서 대화분위기 조성에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회담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달성키 위해 노력한다는 자세를 갖는다는데서 일치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공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고 소련이 개입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북경회담에 거는 우리의 기대도 그 한계가 분명하다.
철저한 반공주의자요 친 대만파인 「레이건」이 중공을 방문한 것 자체도 우리에겐 의미가 있다.
「레이건」은 『새 친구를 얻기 위해 옛 친구를 버리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중공과의 관계 악화를 각오하며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을 계속해왔다. 그 때문에 안으로는 심한 반발과 비판을 받았고 미·중 관계는 심각할 정도로 악화됐었다.
그러나 의연하게 소신과 용기를 견지해온 「레이건」은 지금 옛 친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 친구를 찾아가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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