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에서 투자로 '돈의 대이동'…"길게 지속되고, 넓게 퍼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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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 은행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이동하는‘머니 무브’(Money Move)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금리 시대가 예상보다 길게 지속되면서 이를 못견딘 시중자금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흐르는 대이동이 본격화할 것이란 얘기다. 그 양상은 2000년대 중반 주식형펀드 열풍 때만큼 ‘짧고 굵게’ 나타나기 보다는‘길고 넓게’이어지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금리 하락에 따른 머니무브 가능성 평가와 업권별 대응방안’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돈의 대이동의 전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은행 예금의 만기가 점점 짧아지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 은행의 단기 예금은 증가하는 반면 만기 1년 이상의 장기예금은 계속 줄고 있다. 언제든 은행을 떠날 채비가 된 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2014년 7월 432조5000억원이었던 장기 예금은 올 1월 421조7000억원으로 11조원 가량 줄었다. 이른바 시중자금의 부동화(浮動化) 현상이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권 수신자금의 단기화가 금리 추가 하락 기대와 맞물리면서 금융권역 간 대규모 이동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머니무브가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대 중반 ‘펀드 열풍’때다. 2007년 4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까지 주식형 펀드 규모는 51조원에서 144조원으로 3배로 급증했다. 반면 은행 예금 잔액은 2007년 하반기 동안 15조원 줄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 머니무브는 중단됐다. 이후 저금리에도 돈은 ‘안전자산’인 예금에 머무르는 경향이 뚜렷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 소비자가 인식하는 수익률 차이와 위험 선호도 변화에 따라 업권간 자금 이동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벌어질 머니무브는 과거와 달리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 클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단기간 급격한 쏠림보다는 장기간 서서히 일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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