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사임설 … 본인은 강력 부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강경파 핵심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사임설이 나돌고 있다. 뉴욕 데일리뉴스는 8일 "럼즈펠드 장관이 내년 초 사임하고, 조셉 리버먼 민주당 상원의원이 후임이 된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럼즈펠드 사임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럴듯하다. 73세로 미 역사상 최고령 국방장관인 데다 보수 강경파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부시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시 행정부 1기 때 온건파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결국 파월이 물러나고 그는 살아남았다. 이라크전을 시작한 장본인으로서 "이라크 사태가 안정되는 걸 봐야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15일 총선을 통해 이라크가 새롭게 태어나는 걸 계기로 그가 물러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만일 그가 사임하면 후임으로 민주당 인사가 거론되는 건 이상하지만, 그게 리버먼 상원의원이면 얘기가 다르다. 리버먼은 2000년 대선에서 부시에 맞선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였다.

리버먼은 최근 이라크를 다녀와 "미군은 이라크에서 승리하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을 밀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다른 의원들이 '철군'을 외치는 것과는 딴판이다.

유대계인 리버먼은 아랍 문제에 대해선 매우 강경하다. 부통령 후보로도 나섰던 리버먼이 국방장관이 되면 민주당은 이라크 문제에 공세를 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차기 장관으로 그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럼즈펠드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내 사임설은 2001년 취임하고 넉 달이 지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일축했다. 임면권자는 따로 있는데, 자신의 거취에 관한 풍문을 스스로 부인한 것이다. 럼즈펠드가 아직은 그만큼 힘이 세다는 뜻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