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처한 노 대통령 구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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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상태인 김 의장은 그동안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사진행 요구도 "야당과 합의하라"며 좀체 응하지 않았다. 별명도 '지둘러(기다려의 사투리)'다. 실제로 김 의장은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심사 기한을 넘기면서도 끝까지 여야 협상을 촉구하며 기다려 왔다.

이와 관련, 의장실 주변에선 김 의장이 국회 파행에 대해 몹시 화가 났으며, 이에 따라 지금은 '자신이 결단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학법이 국회에서 1년 반 이상 논의됐음에도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른 주장도 있다. 야당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며 의혹을 표시하고 있다. 여권의 정국 운영 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그중 하나다. 한나라당과 정면 대결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에 김 의장이 가세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곤경에 처한 노무현 대통령을 구한다는 전술이라는 것이 야당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김 의장이 의장직 연임을 위해 '성의 표시'를 했다는 관측이다.

몇몇 야당 의원은 "국회의장직을 연임하기 위해 여당에 잘 보이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비꼬았다. 한나라당 임태희 원내수석 부대표는 "앞으로 (김 의장을) 국회의장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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