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직장 동료도 손가락질하는 조종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4개월 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때 빚어진 노노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객실 승무원들은 조종사의 40% 남짓한 임금을 받으면서도 파업에 따른 피해는 똑같이 입고 있다. 정비사들도 "기름 냄새를 맡으며 박봉을 참는데, 조종사들은 그 많은 월급도 양이 안 차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다른 동료들에게 억대 연봉의 조종사 노조 파업은 귀족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조종사와 같은 전문 기술을 가진 조직일수록 집단 이기주의를 자제해야 한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는 회사에 임금 협상을 일임한 상태다. 조종사들이 자기 잇속을 챙기겠다고 파업을 고집하는 것은 안팎의 비난을 자초하는 길이다. 승객들의 발을 묶고 연말 수출에 차질을 빚으며 회사 동료들에게서 손가락질받는 파업이 성공하기는 힘들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다원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조종사 노조가 노노 갈등을 빚으면서 파업을 지속하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