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과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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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결혼4년째, 자그마한 아파트에 살면서 오목조목 필요하다 싶은 가재도구를 사모으다 보니그나마 좁은 공간이 우리 세식구 살기에만 알맞을 정도로 실질상 더 축소되었다. 손님이 한분이라도 오셔서 주무시고 가실땐 의자를 마루쪽으로 내놓고 작은 방을 한껏 정리해야 될 정도로 집이 좁아 손님보기가 민망해진 적이 한두번 아니었다. 어느날 우연히 남쪽지방에 떨어져사는 언니·오빠들이 우리집으로 일제히 모인다는 연락이 왔다. 친정엄마·오빠네·언니네 가족들몽땅 12명이 대전으로 집합한다는데 그 많은 대식구를 위해 한끼 식사라도 충분히 대접하며 회포를 풀어야될텐데 만나는 반가움보다 비좁은 집안사정으로 인해 오히려 불편스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렇지만 친정식구들은 미리 이뜻을 헤아리고 음식은 전혀 신경을 쓸 필요없이 잔뜩 준비해오니 대전의 명승지 계룡산쪽으로 야유회를 가잔다. 아직도 막내동이로서 보호를 해주고싶을정도로 나를 사랑하는 친정식구들, 사위가 좋아하는 불고기·부추김치·어물잡탕거리까지 준비해 오신 고희를 앞둔 친정엄마-·
봄날의 바람이 숲속의 나뭇잎을 몽땅 쓸어 버리는 차가운 날씨건만 우리는 산입구의 평지를 골라 텐트를 치고 둘러앉아 서로서로 도와가며 준비해온 음식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형부·오빠들이 연신 권하는 바람에 일어서기조차 거북할 정도로 과식한 남편은 그래도 기분이 흐뭇해서인지『형님 형님』소리를 연발하며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기 바쁘다. 어머님의 주름진 얼굴에 한점의 그늘조차 발견할수 없을 정도로 명랑한 시간을 보내고, 친정식구들을 기차역에서 전송하면서 오랜만에 마음속에 헤아릴 수 없는 인정의 안개가 가득 차 오르는것을 느껴 보았다. <충남대전시용전동 122의5 세영아파트b동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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