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이 더 큰 채권분양제 아파트값만 턱없이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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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건설부는 아파트 채권입찰제 적용지역과 대상을 14일부터 확대키로했으나 이제도가 시행1년안에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채권매입 가격이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등 엄청난 부작용만 빚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파트 프리미엄을 국고로 회수하고, 투기를 진정시킨다는 목적으로 작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채권매입액과 맞먹는 프리미엄이 그대로 살아있어 아파트값만 턱없이 올려놓는 결과를 빚었고 ▲실수요자들에게 채권매입액만큼 부담을 늘려 내집마련을 어렵게 했으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채권매입액은 갈수록 늘어나 대형인기아파트의 경우 5천만원을 써넣으면 당첨되고 4천만원이면 떨어진다는「5당4락」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채권입찰제의 부작용이 이처럼 늘어나자 서울시는 목동신시가지의 신축아파트에 대해서는일반분양 또는 채권입찰체의 대폭적인 수정을 주장하고 있는데도 건설부는 지금까지 지정건설업체에만 적용했던 이제도를 등록업체·지방자치단체·주택공사가 짓는 25평이상의 아파트에까지 확대적용키로해 서민들의 내집마련꿈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투기현상>
12일 분양접수한 서울가락 현대아파트의 경우 5백60가구에 5천81명이 몰려 전체 경쟁률은 평균9대1이었으나 31평형 1군은 36가구에 1천9백93명이 접수, 55.3대1을 기록했고 같은날 접수한 개포동 우성아파트도 34평형 1군에서 26.5대1을 나타냈다. 현대아파트 55.3대l은 작년5월 채권입찰제 시행이후 최고기록으로 부동산관계자들은 최근부동산경기가 극히 침체해 있는데도 이 같은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이 제도가 부동산투기를 충동질하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채권매입액>
이들 아파트의 채권매입액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부동산업계에서는 개포지구가 56평형 2군(3∼12층)의 경우 분양값은 7천5백4만원인데 채권값은 최고 5천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5월에 분양한 압구정 한양아파트는 채권매입액이 평당 1백17만원이나 됐고 개포 현대아파트가 1백8만원, 작년 9월의 개포우성이 1백13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분양된 가락2차현대아파트도 80만8천원을 기록해 결국 아파트값만 3천만∼4천만원씩 올려놓는 결과를 빚었다.
한편 이날 현재까지의 채권매입액은 모두 8백4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프리미엄>
작년5월 분양된 한양압구정동 69평형 아파트의 경우 분양값은 9천2백46만원인데 채권값이 6천만원, 프리미엄이 6천만원 붙어 실제값은 2억1천만원에 거래됐고 개포우성의 65평형도 분양가가 8천7백10만원인데 채권값이 5천만원, 프리미엄 6천만원이 붙어 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전문가의 말>
▲김정호 국토개발 연구원 수석 연구원=채권입찰제는 실수요자에게 주는 피해가 엄청나게 크고 아파트값·프리미엄폭이 오르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종전처럼 일반분양을 하되 전매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리미엄만 정부가 흡수하는 방안을 새로 마련해야 할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주택조합제도의 확대로 공개분양을 억제하고 ▲철저한 무주택자 우선분양 ▲주택임대제도의 확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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