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출신 오수현씨의 '헤지펀드 옹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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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하면 나쁜 선례만 생각하는데, 이미 미국이나 유럽같이 성숙한 투자문화가 발달한 곳에서는 많은 은행들이 프라이빗 뱅킹 상품으로 헤지펀드를 추천합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헤지펀드 회사 '컬로스 글로벌 매니지먼트(Culross Global Management)에서 마케팅과 펀드 세일즈를 담당한다는 한국인 오수현(29.사진)씨. 아시아의 투자자를 유치하는 일이 주업무라는데 정작 한국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안타깝다는 그다.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헤지펀드 옹호론'을 펼친 오씨는 이력부터 독특하다. 숙명여대를 나온 '순 토종'인 그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서레이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수십개의 이력서를 런던 헤지펀드 회사에 보낸 결과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이력은 1999년에는 미스 코리아 전남 진으로 당선됐던 것. 그러나 오씨는 '미스코리아 금융인'이라는 타이틀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헤지펀드 업계를 긍정적으로 알리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씨는 "대학 시절 학교 홍보용 책자 모델부터 시작했다. 미스 코리아 출전으로 대중의 관심을 얻으려는 욕심은 없었다. 그러나 평범한 이력보다 튀는 이력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라며 "많은 방청객이 보고 있는데 떨지 않고 무대 위를 걸어본다는 경험만도 대단했다"고 밝혔다.

런던에서 수년째 근무하고 있는 그가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은 1%의 초과수익을 위해 자본이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 투자자들도 다양한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것. 한국도 선진국형 저성장 구조로 진입하면 자산운용하는 방법을 선진화시켜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씨는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언급했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의 퀸텀펀드 등이 아시아 외환위기를 시기적으로 앞당겼을지는 모르지만 위기의 진원지는 아니며 외환보유고에 구멍이 나 방어능력을 키우지 못했던 우리나라 금융당국 등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물론 오씨의 이런 주장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금융중심지 런던에서 보내온 자본 투자처로서 헤지펀드의 '현재 위치'는 과거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은행 차입으로 투자를 늘리는 '레버리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자본금의 54배에 달하는 1250억달러를 회전시키다 공중분해된 롱텀 캐피털 같은 경우는 이제는 있을 수 없다. 어느 헤지펀드도 은행에 그런 방식으로 그만큼의 돈을 빌릴 수 없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다.

또 오씨는 "영국 금융감독원(FSA)은 소액 개인 투자자도 직접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있다"며 "헤지펀드 업계 자체도 FSA에 등록을 하고,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와 연차 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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