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예산편성의 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년 예산편성의 방향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여느 때와 달리 유례없는 동결예산을 운용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동결이후의 갖가지 문제들을 부분적으로 해결해가야할 입장인 반면 82년이후 지속되어온 경제의 안정화 기조 또한 당면한 최대의 과제인 만큼 동결이후의 예산편성이 더욱 어려워질 것은 짐작키 어렵지 않다.
재정운용의 여러 목표들이 서로 상충되고 고려해야될 정책요소들이 다양할 수록 예산편성은 더욱 뚜렷한 기본원칙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편성과정의 혼란과 낭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의 제반 경제여건이나 금년이후의 경제전망에 비추어 정부재정이 추구해야할 최대의 과제는 여전히 안정성장의 유지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최대의 수단은 여전히 긴축적 예산운용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82년이후 3년여에 걸친 안정정책의 추구는 많은 대가와 고통을 지불하고 이제 겨우 정착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의 경제실적이 지니는 참된 의미는 9·3%의 실질성장 자체라기보다 그것이 보기드문 물가안정과 국제수지의 개선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라는데서 찾아져야 한다. 이같은 성과는 다른 어떤 측면보다도 재정을 포함한 전면적인 안정정책의 추구에 의해 가능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올해 동결예산의 의미는 이같은 안정기조의 완전한 성장을 기대하는 상징적의미가 더 강력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정은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세계경제와 무역의 신장이 예견되고 있으나 그 확산의 폭과 속도는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경기회복의 동시적 파급을 제약하는 갖가지 장애요소들, 예컨대 무역장벽과 보호주의, 국제원자재 시세의 앙등이 예견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올해 실질성장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낮게 7·5%선으로 계획되어 있고 국제수지와 물가의 취약구조는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동결의 반작용으로 팽창예산으로 돌아간다면 3년여의 성과는 무산될뿐 아니라 동결의 고통조차 헛되이 만들 뿐이다.
때문에 내년예산도 계속 긴축운영하여 일반예산의 흑자기조나 총재정수지의 균형을 추구해야할 당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내년예산과 관련하여 특히 우려되는 것은 동결의 반사작용에 따른 팽창압력과 방위비부담의 누증이다.
이 두가지 측면은 비단 내년예산의 효율성과 직결될 뿐 아니라 정부시책의 일관성에도 연관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방위비예산을 정부재정의 테두리와 기준에 의존하지 않은채 GNP(6%)와 연관시키는 문제는 여러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GNP의 일정률로 고정시킬 경우재정의 본래 기능도 크게 위축될 뿐아니라 재정의 경직성을 가중시킬 뿐이다. 따라서 모든 정부활동은 예산의 기본원칙아래 수렴되고 재정본래의 기능에 합당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