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인생은 누구에게나 문제의 연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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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생의 목적
할 어반 지음
김문주 옮김, 더난출판

"나는 세상 사람들을 배우는 사람과 배우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늘 배우고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듣는가 하면, 그들이 뭔가 잘못을 했을 때 똑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작은 일을 했을 때 별로 효과가 없었다면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우리가 묻고자 하는 것은 성공을 했는가, 또는 실패를 했는가가 아니다. 여러분이 배우려는 자인가, 아니면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다."

인용이 길어졌습니다. 연말을 맞아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 뒤돌아보면 누구든지 기쁨, 슬픔, 아픔, 아쉬움에 잘된 일, 실패한 기억이 엇갈릴 겁니다. 원래 제목이 '인생의 가장 큰 교훈 20'인 이 책은 그런 우리가 스스로 다독이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앞의 글은 18번째 교훈 '나만 실패하는 게 아니다'에 나오는 글입니다.

35년간 교단에 선 지은이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아니, 행복하지 못한 편에 속한다 하겠습니다. 첫 결혼에 실패한 뒤 혼자서 세 아들을 길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진솔한 삶, 진지한 성찰이 바탕이 되어서일까요? 20대 초년생 세 아들과 고교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 '나의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20가지'란 제목으로 1992년에 낸 이 책은 입소문만으로 베스트 셀러가 됐답니다. 교훈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둘러보면 곳곳에 웃을 일이 넘친다' ' 노력을 대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공은 돈을 많이 버는 것, 그 이상이다' 등이 그렇습니다. 여기에 지은이의 경험, 사색의 결과, 다른 인생의 스승들 가르침으로 살을 붙인 겁니다.

사실 이런 유의 자기 계발서, 마음 수양서들은 넘칩니다. 이 책을 눈여겨본 이유는 딱 한 가지 교훈 때문입니다. 바로 '인생은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입니다.

그림 같은 집에서 스위치 하나로 가사가 척척 해결되고, 며칠 만에 체중을 쏙 빼고 한 달 만에 외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등 우리 주변엔 '행복한 환상'을 주는 광고가 넘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한탄만 할 것인가, 해결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성숙해지고 시련이 곧 기회가 될 거라고 일러줍니다. 글쎄, 그 효과는 알 수 없지만 한 번뿐인 우리 인생,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 보는 데 도움이 되리란 점은 약속드립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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