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해설 3인방 팬클럽까지 생겨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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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메이저리그(미국 프로야구) 한국인 3인방'을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하게 된다. '박찬호.김병현.최희섭'으로 해야 할까 아니면 '최희섭.서재응.봉중근'으로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하지만 중계석에 앉아 시청자들에게 메이저리그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안방 메이저리거 3인방'을 꼽으라면 답은 훨씬 간단해진다. 스포츠전문 케이블 방송인 MBC-ESPN에서 번갈아 가며 메이저리거 해설을 맡고 있는 차명석(34).송재우(37).이종률(35)씨가 바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삼인삼색(三人三色), 개성있는 해설 덕분에 이들은 최근 팬클럽까지 생길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생생한 현장감-차명석

국내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차명석 해설위원은 낯설지 않다. 그가 1992년에 LG에 입단, 10년간 투수로 뛴 프로선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97년에는 11승4패7세이브(방어율 2.79)의 성적을 올렸을 만큼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바로 이런 경력이 차위원의 해설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마니아들은 "살아있는 현장감이 차 위원 해설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뛰던 선수가 미국 야구 해설자로 변신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3월부터 해설을 시작한 차 위원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영어와 인터넷을 깨치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에는 메이저리그 관련 서적 수십권을 붙잡고 나름의 '동계 훈련'까지 해야 했단다.

하지만 야구 해설의 핵심이 '현장감'이란 확신을 놓아본 적은 없다. 차 위원은 "선수 때의 경험을 살려 해설에 적극 반영한다"며 "공을 던지는 방법이나 배트의 각도, 마운드의 긴장감 등 생생한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백과사전-송재우

'정확한 해설을 지향한다.' 이것이 바로 송재우 위원의 스타일이다. 그래서일까. 송 위원의 해설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그가 90년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는 사실을 접하면 "역시…"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해박한 지식과 조리있는 말솜씨, 그리고 현지 생중계를 동시통역할 정도의 영어실력이 그의 장점이다.

물론 유학시절에도 송 위원은 늘 야구와 함께 했다. 그는 어디서든 자신있게 "모든 여행 스케줄을 경기 일정에 맞추었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 정도 열성이었으니 각종 자료와 정보가 쌓이기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런 그가 경인방송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위원로 데뷔한 것은 98년이다. 당시 미국에서 멀쩡히 다니던 직장까지 있었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기엔 머릿속에 야구가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송 위원은 "마치 물이 흘러가 듯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머로 풀어낸다-이종률

이종률 위원의 가장 큰 장점은 딱딱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시로 농담을 건네며 시청자들을 웃긴다.

한양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그가 91년 취직한 첫 직장은 야구전문잡지 '주간야구'였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학생 때부터 메이저리그 마니아였던 그로선 당연한 선택. 당시 이 위원은 미군방송(AFKN)을 통해 경기를 보고, 미군기지 입구에 설치된 신문 자판기에서 자료를 사다 모았다고 한다. 이처럼 '준비된 해설자'였기에 이 위원은 케이블방송 스포츠 TV에서 메이저리그 중계를 시작한 96년 '1번 타자'로 해설을 맡았다.

종종 관중석에 앉아 있는 미국 연예인의 근황까지 읊어대는 통에 방송 관계자들로부터 "코믹한 멘트와 순발력 면에선 최고"라며 평가를 받는 이 위원은 "앞으로도 단순명료하면서 유머러스한 해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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