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57% "전쟁 피해국에 충분히 사죄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인 상당수는 전쟁 피해국에 충분한 사죄와 보상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후 70년을 맞아 아사히(朝日)신문이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 결과 “전쟁 등으로 피해를 끼친 국가와 국민에게 사죄와 보상을 충분히 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57%로 집계됐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24%)을 크게 웃돈다.

 아사히는 9년 전인 2006년 4월에도 비슷한 여론조사 질문을 했다. 당시는 “충분히 했다”가 36%, “아직 충분하지 않다”가 51%였다.

 2006년 9월 아베 신조(安倍晉三) 1기 정권, 그리고 2012년 12월 아베 2기 정권을 거치면서 역사인식, 주변국에 대한 감정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아사히는 “일본은 역사의 단락을 짓는 시점마다 총리담화 등을 통해 사죄의 뜻을 표명했지만 담화를 부정하는 듯한 정치인의 발언과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사죄의 의의가 손상돼 온 것 또한 사실”이라며 “화해의 상대방이 될 이웃나라도 다가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과거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일본 내의)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사죄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야 하나”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뚜렷이 갈렸다. “계속 전달해야 한다”가 46%, “계속 전달할 필요가 없다”가 42%로 거의 양분됐다.

 신문은 “주변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데 대해 (일본 여론이) 초조함과 짜증을 내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같은 2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에서도 진행됐다. 독일의 경우 “전쟁 등으로 피해를 끼친 주변국과 잘 지내고 있다”는 응답이 94%였던 반면 일본은 46%였다. 그럼에도 독일 국민의 73%는 “계속해서 (피해국과 국민에) 사죄와 보상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차이는 학교 교육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각각 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시대에 대해 학교에서 제대로 배웠느냐는 질문에 일본 응답자는 13%만이 “제대로 배웠다”고 답한 반면 독일은 48%에 달했다.

 또 연합국이 일본의 전쟁 지도자를 A급 전범으로 규정한 ‘도쿄 재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일본은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이는 3%,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30%였다. 한편 독일의 경우 독일의 지도자를 전범으로 규정한 ‘뉘른베르크 재판’에 대해 “잘 안다”는 21%, “어느 정도 안다”는 47%로 일본보다 훨씬 높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