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투자상담사 김해진씨|주부들 목돈 끌어들이는데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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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단돈 1원 하나에 사람이 울고웃는 세계가 있다. 전광판을 가득 메운 상장주의 숫자를 지켜보면서 숫자의 변화에 따라 투자자들의 얼굴엔 희비가 엇갈린다.
돈을 움직이는, 이러한 증권업무에 뛰어든 투자상담사 김해진씨(39·제일증권)는 『증권업무는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라고 거듭 강조한다.
하루종일 『○○사 사자 ×원, 팔자 ×원』 등의 살벌한 숫자세계가 벌어지는 증권시장은 기업에 자금을 끌어들이는 일을 하는 곳.
투자상담사는 증권에 투자하려는 고객들에게 유망주를 소개하는 업무를 맡고있다.
『가능한 쪼개쓰는 일이 절약의 한방법이라면 일정한 목돈을 불리는 일 또한 살림의 지혜가 될 겁니다. 여성투자상담사들은 특히 주부들의 목돈을 끌어들이는데 든든한 몫을 해내지요.』 「투자상담사는 돈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직업」임을 내세우는 김씨는 남의 재산을 관리하는 만큼 성실성과 신뢰감만이 증권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나름대로의 직업소신을 밝힌다.
투자상담사가 새로운 직종으로 부상한것은 불과 10여년정도.
일제시대 외무원으로 불리던 투자상담사가 기업공개붐을 타고 75년부터 증권업계에 불이 붙게되었고 증권업계마다 대규모의 공개채용을 감행하게된것.
김씨는 75년 기혼여성공개채용으로 여성투자상담사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된 첫번째 케이스다.
『결혼을 하고 애들을 키우다보니 가정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업문이 좁은데다 저는 기혼여성이면서 나이도 많아 사실상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지금도 고졸이상자로서 남녀·연령·기혼·미혼여부·출퇴근시간 등이 자로유로운 직업은 투자상담사가 단연 선두일겁니다.
경제적인 보탬을 위해 두아이를 둔 30세에 투자상담사가 된 그로서는 10여년 경력을 거치면서 이제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직업으로서 만족스럽다는 의견이다.
현재 투자상담사는 78명. 그중 여성은 10년경력의 김해진씨·박종화씨(동방증권 중부), 그 뒤를 이어 공연자씨(동방증권 중부) 등 모두 8명으로 호장기때 3백여명의 남성투자상담사들이 요즈음 70여명으로 줄어든데 비해 여성투자상담사들은 한명의 낙오자없이 꾸준히 발판을 굳히고있다.
투자상담사가 되려면 2년이상 증권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4개윌간 증권연수원에서 교육과정이수후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된다. 자격증시험의 경쟁보다 실무에서 고객을 어느정도 확보하느냐에 투자상담사의 능력이 평가되고있다.
『대개 자신의 돈을 투자하면 벼락부자도 되겠다는 농담을 합니다만 투자상담사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돈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자기돈이라는 애착이 생기면 객관적으로 증시를 보는 눈이 흐려지기 때문 입니다.』 그때문에 친척이나 친한 친구들의 자금은 다른 투자상담사에게 소개한다.
그는 「과욕이 돌이킬수 없는 실패를 가져온다」는 산경험을 투자가들에게 들려준다.
현재 김씨가 받는 보수는 입정금과 거래액에 따른 수당을 합해 50만∼60만원선. 때에 따라 몇십억의 돈을 단 몇초만에 거래하는만큼 시간의 선택은 그의 능력을 좌우하기도 한다. 『고객을 만나면 먼저 성격을 파악해보는 것이 첫번째 작업입니다. 손해보더라도 모험을 하는 형이 있는가하면 가능한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두 유형이 있으니까요. 약 3백50여개의 상장주식을 고객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기선을 잡는 첫번째 요령입니다.』
지난 10여년동안 증시가 호황이었던 「산」도 보았고 침체기에 빠졌던 「골」도 보았다는 그는 가장 낮은 값인 바닥에 사서 가장 높은 값인 상투에 팔려는 과욕이 증시의 인식마저 흐트러놓는다면서 재산을 늘리려는데는 성실한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돈을 움직이기는 어려운 일. 피땀 흘려 모은 돈을 투자하기까지는 다소의 모험이 따라다니게 마련이고 주가예측은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할수없는 법이다.
『증권이 단돈 10만원으로도 기업에 참여하는 주인의식으로까지 이미지가 바꾸어져야한다』는 그는 상장기업의 자체뉴스와 증권관계기관의 조사보고서·거액투자자의 주식매입·금융정책 등 끊임없는 지식이 투자상담사의 생명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오랜 침체기에서 올해만큼은 증시에도 봄을 맞았다는 그는 시장에 가는 주부들의 시장바구니에서도 증시정보가 들려질만큼 증시인구의 저변확대에 큰기대를 걸고있다.
명지대 경영학과 졸, 부군오병태씨(43·회사원)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있다. <육상희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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