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선두 비결은 "똘똘 뭉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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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로농구 모비스의 가드 양동근은 지난달 30일 LG와의 경기가 끝난 뒤 유재학(사진) 감독에게서 심한 질책을 받았다.

이날 양동근은 전반에 왼쪽 발목을 다쳐 들것에 실려나갔다. 그러나 후반에 출전을 자청해 끝까지 뛰었다. 칭찬받을 수도 있었지만 유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들것에 실려 나갈 정도라면 중상이다. 그런데 후반에 뛸 수 있었다면 부상이 심하지 않았거나, 심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리딩 가드가 들려 나가는 모습은 동료를 걱정시켰다. 양동근은 아프다는 이유로 실수를 하고도 동료에게 미안해 하지 않았다. 무책임한 자세다."

이러한 유 감독의 자세는 냉정한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5일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유 감독은 선수들이 능력 이상을 발휘하고 있으며, 운도 따라 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강자의 여유를 즐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올 시즌 모비스에는 주목할 점이 많다. 보기 드물게 외국인 선수가 리더다. 트리플 더블을 네 번 기록한 크리스 윌리엄스가 공의 흐름을 장악하고 동료를 컨트롤한다. 외국인 선수가 이끄는 팀은 팀워크가 나빠지기 쉽다. 그러나 모비스에서는 어떠한 잡음도 들리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모비스의 국내 선수들이 다른 팀 주전 선수에 비해 경기력이 약하다고 평가한다. 사실 모비스는 주전.비주전 따로 없이 12명을 풀가동한다. 선수들은 힘껏 뛰고 감독이 부르면 미련없이 벤치로 돌아간다. 이 담백한 투혼이 상대팀 선수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모비스는 올 시즌 LG에만 두 번 져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 감독은 LG 신선우 감독을 높이 평가하는 여론을 몹시 불쾌해 한다. "그 좋은 멤버로 우리에게 겨우 이긴 감독"이라는 것이다. 자신은 LG보다 약한 멤버로 대등하게 싸웠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모비스는 최근 동부.삼성.LG.KCC 등이 주춤거리는 사이 승차를 벌렸다. 공동 2위 동부.LG와 2.5경기 차. 6일 KTF를 이겨 3연승 한다면 독주할 기회도 맞는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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